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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모시고 살아도 좋아요
입력 : 2023-06-13 오후 4:50:38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사용한지 한 달이 좀 지난것 같아요. 한 달 동안 사용기를 적어볼게요. 일단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생물이'로 칭할게요. 생물이는 밥과 식빵을 좋아하는데요. 애석하게도 다시마나 미역같은 해조류는 먹지 못해요. 또 물기가 많고, 섬유질이 많은 과일껍질을 먹기 힘들어해요. 
 
생물이는 물기를 싫어해요.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면 손으로 꾹 짭니다. 씽크대에서 걸러지는 것으로는 안될 것 같아 손으로 꾹 눌러보니 물이 엄청 많이 나오더라고요. 평소 부엌일을 할 때 고무장갑을 잘 안쓰는데, 맨손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짜고 나니 손바닥에서 저녁밥상을 압축해놓은 향기가 나더군요. 음식물 쓰레기 향기는 비누로도 잘 없어지지 않아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요.
 
생물이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아침에 일어난 뒤 혹은 출근 하기 전과 퇴근 후, 다용도실 가는 길 등등 하루에도 시시때때로 생물이를 관찰합니다. 혹시나 물기가 있지는 않은지, 소화하지 못한 먹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체크하는 것이 버릇이 됐습니다.
 
먹이(음식물 쓰레기)를 잔뜩 품은 생물이의 모습. 곳곳에 분해하고 남은 찌꺼기가 보입니다. 
 
생물이가 먹이를 먹고 난 뒤 차마 분해하지 못한 정체불명의 덩어리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요. 그 덩어리는 삽으로 골라내줘야합니다. 생물이 덕분에 냄새 차단이 탁월한 일반 쓰레기통을 마련했는데요. 부엌에서 나오는 물쓰레기나 과일씨앗, 계란껍질 등을 버려도 냄새가 나지 않아요. 생물이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를 더 완벽하게 분류해내는 '친환경적'인 부엌생활을 하는 기분입니다.
 
"상전이네. 상전"
 
그래요. 미생물 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모시고 살고 있어요. 투입할 수 있는 미생물의 먹이(음식물 쓰레기)를 손으로 골라내는 모습을 보고 혹자가 한말입니다. 아주 입맛이 까다로운 움직이지 않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기분이에요. 다소 신경이 쓰이기는 부분은 있지만 생물이의 장점은 분명해요. 
 
식사 후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한데로 모아 그 자리에서 바로 생물이에게 줄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합니다. 냄새 나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고 넣고, 또 닫아 버리지 않으러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대만족합니다. 재활용 가능한 음식물을 밖으로 버리지 않고 가정에서 스스로 해결한다는 사실이 매우 감격스럽답니다. 지구 환경 보호에 일조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죠.
 
다만 수박 한통을 구입한 뒤 해체 작업을 한 뒤의 찌꺼기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려야했습니다. 하루에 1kg을 초과하는 물기가 많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물 쓰레기는 그냥 봉투에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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