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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래 최고치 경신' 일본 증시…증권가 "낙관적"
닛케이 전고점 돌파…주도주는 반도체·자동차
입력 : 2023-06-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오랜기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 시달리다 다시 성장 궤도로 진입한 일본 경제가 주목됩니다. 최근 일본 증시는 매서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도쿄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30% 가까이 폭등하며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증시전문가들은 저성장 늪에 빠져있던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의 재부상을 알리는 가장 구체적 증거로 물가상승·경제성장률·주주친화정책 등을 꼽았습니다. 향후 일본증시 상승세는 내년 1분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 국내증시보다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쿄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83.77포인트(1.47%) 오른 3만3502.42포인트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닛케이225지수가 종가 기준 3만3000선을 돌파한 건 1990년 7월 이후 약 33년만입니다.
 
반도체·자동차, 닛케이 전고점 돌파 주도
 
33년만의 전고점 돌파를 주도한 업종은 역시 자동차와 반도체 등 대형주였습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뉴욕의 기술주 상승에 힘입어 큰 폭으로 올랐다"며 반도체 기업인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밴테스트가 각각 5%씩 급등하며 랠리를 주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자동차 대장주 도요타도 상승랠리에 올라탔습니다. 도요타는 2027년부터 수명이 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투입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5% 넘게 올랐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3일 업종별로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차'"라며 "4월 이후 일본 주가에 비해 주춤했지만, 6월 들어 매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분간 우량 기업 중심의 대형주 장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쿄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가 10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6월 첫 주에만 순매수 5352억엔(4조8865억원)을 기록하며 조정 장세를 건너뛰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반도체 패권' 경쟁의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다"며 "미국,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국가들의 생산기지 이전 및 강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산업재 기업의 제품 판매가 늘고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회복 기대감도 지수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일본 내각이 친기업 정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는 점, 대형수출주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엔화약세 국면이 급격히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도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디플레이션 환경을 벗어나려는 정책적, 정치적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 기계·로봇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전세계적인 대세흐름에 맞는 시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국내증시는 여전히 중국의존도가 높고 일본에 비해서 주주환원정책도 차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일본 기업, 자사주 매입 열풍…지난달 30조 '역대 최대'
 
일본 상장사들이 지난달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계획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정보업체 도카이도쿄조사센터는 지난달 일본 상장기업이 수립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3조 2596억엔(약 30조2500억원)으로 종전 최대인 작년 5월 3조1277억엔을 넘어섰다고 집계했습니다.
 
주요 기업의 자사주 매입 결의 내용을 보면 미쓰비시상사 3000억엔, KDDI 3000억엔, 혼다 2000억엔, 도요타자동차 1500억엔, 도쿄가스 1130억엔 등입니다. 
 
최근 일본 상장회사들의 자사주 매입 증가 이유는 기업 실적 회복 같은 경제적 요인도 있지만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 3월에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을 밑도는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점도 있습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수혜를 받고 있는데다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도쿄거래소에서 지수를 내리기만 하는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이나 PBR 1배 미만 기업은 퇴출시키거나 상장폐지를 유도하겠다는 시도가 있어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주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장 연구원은 "일본이 전통 제조강국이다 보니 중국에 많이 넘어갔던 시설들이 일본으로 다시 넘어오고 있는 경향"이라며 "전반적인 증시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워렌버핏도 일본증시를 좋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일본 증시가 거품 경제 시기인 1990년 이후 3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등과 함께 자사주 매입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은 결산 시기와 맞물려 매년 5월에 자사주 매입 발표가 몰리는 경향이 있어 올해 연간으로도 작년 최대치(약 9조4000억엔)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도카이도쿄조사센터의 연구원도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더 많은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높은 성장률에 추가 상승 전망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관측됩니다.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의 이치카와 마사히로 전략가는 "일본의 거시경제 환경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 닛케이225지수가 3만 8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윤채현 포유환율연구소장은 "일본 GDP 성장률이 2.7% 수준으로 높은데다 일본 인건비·물가·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증시로 투자자금이 상당히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게다가 엔저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 일본 상장기업 주가에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기술주 거품 논쟁이 있는 미국 증시보다 일본 증시가 40%이상 저평가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증권업계는 3만4000~3만5000선까지 연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증시는 모멘텀이 꺽이고 있고 미국은 비싸다"면서 "일본은 자사주 및 배당 정책으로 에전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김채윤 연구원은 "최근의 일본 증시 급등이 1995년과 2003년, 2013년과 같은 랠리 국면을 이어갈 경우, 추가 상승률은 현시점 기준 40~80%까지 기대해볼 만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그는 "최근 급등세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단기 조정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달러 강세 압력이 장기화하고, 엔저 현상이 유지된다면 3만5000까지도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공급망 재편과 주변국가의 경제활동 정상화로 제조업체의 제품 수요 증가가 시장의 기대치만큼 빠르게 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국내에서 상장된 일본증시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 받고있습니다.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일본 주가지수 ETF는 총 6종으로 TIGER 일본니케이225(241180), KODEX 일본TOPIX100(101280), ACE 일본Nikkei225(H)(238720), ACE 일본TOPIX레버(196030)리지(H), ACE 일본TOPIX인버스((205720)합성 H), TIGER 일본TOPIX(합성(195920) H)입니다. 
 
닛케이 지수 차트.(사진=인베스팅)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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