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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입법예고한 '윤 정부'…최악 치닫는 '노정관계'
정부, "노조회계 결산, 매년 공시해야"…내년 시행
입력 : 2023-06-16 오전 5: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김유진 기자]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회계 공시를 하지 않는 노동조합의 조합비 세액공제를 없애는 내용의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면서 '노정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입니다.
 
양대노총은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 노조를 회계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한다며 ‘노조 망신주기’, ‘위헌성 검토’를 주창하는 등 일제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5일부터 40일간 각각 입법예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8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회계연도 종료 2개월 이내 조합원에게 공표"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은 회계감사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자격을 구체화하고 결산 결과 등을 공표하는 시기와 방법에 대한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회계감사원을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자나 전문 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하도록 규정한 조치입니다.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 또는 조합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 게시판 공고 등 전체 조합원이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 등도 공표해야합니다.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 감사는 3개월 이내 공표해야합니다. 특히 매년 4월30일까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공시시스템을 통해 결산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공시시스템을 통해 공표하는 경우 노조법 26조에 따른 결산 결과 공표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는 노조의 회계 공시를 요건으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노조 또는 산하 조직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결산서류를 공시해야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노조 또는 산하 조직으로부터 조합비를 배분받는 상급단체와 산하 조직 등도 공시해야 합니다. 노조가 공시시스템에 매년 4월30일까지 결산서류를 공시하면 연말까지 고용부 장관이 공시 여부를 확인해 원천징수의무자와 노조, 국세청장에게 통보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2023년 결산서류를 공시한 노조에 대한 2024년 회비 납부분부터 적용됩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동조합은 그동안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뿐만 아니라 각종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국민의 세금이 지원돼 왔고 각종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등 사회적으로 그 역할과 영향력이 커져 왔다"며 "따라서 노동조합은 이에 걸맞게 스스로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솔선수범해 자주성과 민주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노동개악 포석 의도…규제 있어 위헌성 검토할 것"
 
양대 노총은 이날 정부의 발표 이후 즉각 논평을 내고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이미 2005년 규약 개정을 통해 공인회계사를 포함한 회계감사 제도를 진행해 왔으나 이번 정부의 시행령 입법예고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며 "정부는 '노동조합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지원을 위해서'라고 밝히면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없애겠다는 협박을 함께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노조 회계 시스템 공시도 노동부가 운영하는 공시 시스템을 통해 결산 결과를 공표하는 경우 노조법 26조에 따른 결산 결과 공표 의무 이행으로 간주한다고 했는데, 이는 정부에 의한 '신종 부당 노동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결산서 하나 제출한다고 그 단체가 투명하다고 볼 수 있는지 진심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회계 문제를 노동조합 또는 시민사회 단체 길들이기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이정식 장관은 한국노총의 외부 회계감사 제도와 회계 시스템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직접 본인이 예결산 보고서와 결재서류 등에 서명까지 했다"며 "그런 그가 정권의 하수인이 돼 노동조합을 혐오하고 매도하는 데 선봉장이 된 작금의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직격했습니다.
 
이어 "이번 입법 예고 기간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입장을 공식 제출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정부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5일부터 40일간 각각 입법예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헌법과 노동관계법의 취지를 거스른 시행령은 태어나선 안 된다"며 "위헌·위법한 시행령 개정 시도를 중단하고 입법안을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위해 자주성을 지키면서도 민주적 운영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규제는 노조법 수십 가지 조항으로 이미 존재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법에 이미 존재하는 규제를 없다고 주장하며 '제삼자 공시', '외부 기관 감사' 등 자주성과 단결력을 위협하는 내용으로만 구성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만 교섭할 수 있고 종사 조합원에게만 사업장 노동조합 활동을 열어둔 노조법이 엄연한데, 1000명 이상 조합원 노동조합의 공시자료를 볼 수 있게 된다 한들 미조직 노동자에게 노동조합 가입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며 "미조직 노동자가 선택권을 갖기 위해선 노동조합이 교섭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정부 반대 목소리 억압용…위임 입법의 한계 넘은 시행령"
 
김종진 전국서비스산업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모법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이 시행령의 형태로서 담기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인데, 노동조합법에는 노조의 회계감사 부분에 대해 위임하는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위임 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시행령"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노조 운영이나 교섭 등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노동조합법의 내용"이라며 "그런데 국가에서 정한 기준과 방법에 따라 운영하란 것은 과도한 개입이고 그런 개입으로 인해 노조의 자주적인 운영이 위축되고 자율성이 침해될 우려마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진철 경북대 명예교수는 "정부의 노조 규제는 국민이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행정적 목적으로 밀어붙이니까 지금처럼 행정입법이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갈등 구조 속에서 타협하고 결정하도록 만들어 낸 것이 우리 의회 제도"라면서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가능한 한 억압하려고 하는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노동자들 호주머니라고 하는 것이 투명 지갑인데, 그것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명분"이라며 "실제로 노조가 대부분 시위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나. 그걸 따지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5일부터 40일간 각각 입법예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결의대회.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김유진 기자 ewigjung@etomato.com
정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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