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이어 카드사를 찾아 소상공인 대상 '상생금융'을 본격적으로 압박할 예정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1분기 내내 시중은행을 방문해 상생금융을 당부했는데요. 당시에 은행들도 금감원장의 방문에 맞춰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지원책을 내놓기 바빴습니다. 다만 1금융권에 비해 자금조달 여력이 떨어지는 카드사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은행권 수준의 금리인하 방안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3일 오전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사진=뉴시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오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열리는 우리카드 상생금융 행사에 참석합니다. 이날 행사에서 우리카드는 소상공인을 비롯해 자영업자, 취약차주에 대한 금리인하 지원책을 내놓을 방침인데요. 해당 카드사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카드가 먼저 금감원에 초청장을 보내며 해당 행사가 성사됐습니다. 이 원장 역시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듣고 카드사의 상생금융을 당부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카드 외에 현장 방문 일정이 잡힌 건 없다"면서도 "이 원장이 워낙 상생금융에 힘쓰는 만큼 지방은행과 상호금융을 포함한 2금융권 들여다 보기에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올해 초 시중은행이 금리상승으로 인한 이자장사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는데요. 이복현 원장은 시중은행을 현장 방문해 '상생금융' 협조를 주문했습니다. 은행들은 이에 가계대출 금리 인하와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지원 확대 등 각 은행별 선물 보따리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우리카드 방문을 필두로 업계 현장점검에 나서는 이 원장의 행보에 다소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 관련해서 중점적으로 들여다보신다고 들었다. 현재 카드업계는 회사채 금리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수익 악화에 따른 수익 창출 모델 찾기 급급하다"며 "현재 지난 1금융권에서 냈던 만큼의 상생금융 방안까지 내놓기는 어렵다"고 부담을 토로했습니다.
최근 2금융권의 연체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카드사의 연체율(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53%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지난 2019년 12월 1.43%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1%대를 넘겼는데요. 신한카드(1.37%), 삼성카드(1.10%), KB국민카드(1.19%), 롯데카드(1.49%), 우리카드(1.35%), 하나카드(1.14%) 순입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상호금융권 총여신 및 연체율 추이'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권 연체율(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의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42%로 전년 동기 대비 0.90%p 올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신협 3.75% △농협 1.93% △수협 3.06% △산림 3.13%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은 5.07%로, 지난해 말(3.41%)와 비교해 석 달 만에 1.66%p 올랐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