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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인규 회고록, 회고의 의미를 묻는다
입력 : 2023-06-20 오전 6:00:00
이인규 전 검사의 책이 지난 3월에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은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부제목은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고 쓰여있다. 잠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지금은 거의 읽지 않는 책이 된 것 같다.
 
책을 읽어 보니, 이인규 전 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파렴치범이고 거짓말쟁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는 2009년 당시 진보언론의 저주와 문재인 변호사의 무능이 더해져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회고를 통해 세상에 밝힌 이 책의 내용이 모두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이인규 전 검사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40년 지기 친구인 정상문과 아내인 권양숙이 해외에서 주택을 구입한 사실 및 140만 달러라는 거액을 수수한 사실에 대해 노 전 대통령에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상식에 반하여 납득하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 주변 인물은 모두 미국 주택 구입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노 전 대통령만 모른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은 실제로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과정 내내 모두 자신이 알고 계신 대로 진술하셨을 뿐이다. 
 
이인규 전 검사의 책에는 내 이름 ‘곽상언’이 세 번 등장한다. “4월12일, 전날 귀국한 노건호를 불러 조사한 후 20일까지 여러 차례 추가 조사했다. 딸 노정연과 사위 곽상언(郭相彦) 변호사도 소환해 조사했다(352면)”, “5월11일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과 사위 곽상언(郭相彦)을 소환 조사했다(409면)”, “어제(5월11일) 노정연·곽상언 부부를 소환해 조사했다(412면).”
 
하지만, 그의 책에는 내 이름 이외에 그 어떠한 내용도 없다. 그 이유가 무얼까?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이익을 받은 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인규 전 검사의 말을 빌리자면, ‘상식에 반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궤변이라고 하겠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인규 전 검사도 자신의 책에서 아무런 이야기를 쓰지 못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도 나와 같은 입장이었다. 아니, 노 전 대통령은 그의 성정상 그리고 그 당시의 직위상 아무것도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셨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도 수사를 받거나 허물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으셨다. 어찌 보면, 나와 노 전 대통령 단 두 사람만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2009년의 그 모든 상황을 맞이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사건의 실체와는 관계없이 수사의 최종 목표였다. 노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는 이인규 전 검사에게는 당연한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이인규 전 검사의 상식 세계는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뇌물을 받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회고록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타인에게 귀감이 되거나 국가적·사회적 교훈이 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회고록을 작성한다. 또한 회고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과오가 있었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회고록을 통해 타인을 탓하거나 자신의 잘못된 상식을 강요하는 것은 처음부터 ‘회고’가 아니다.
 
이인규 전 ‘검사님’께 말씀드린다.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회고하시기 바란다고 말이다. 그 후, 다시 세상에 자신의 회고를 이야기하시라고 말이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종로구지역위원장·변호사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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