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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20일 09:0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국투자캐피탈이 모기업에 대한 대규모 중간배당을 결정하게 되면서 앞서 시행했던 유상증자 의미가 무색하게 됐다. 증자로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했던 상황인데,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면서 해당 효과가 대폭 줄어들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모기업에 3800억원 배당…유상증자 3개월 만 다시 자금 이탈
20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캐피탈은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071050)에 대해 38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시행한다. 회사는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결의했으며, 오는 29일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유입된 배당금은 다른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쓰인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캐피탈의 중간배당을 결의한 날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4000억원 유상증자도 함께 결정했다. 자금 흐름이 한국투자캐피탈에서 한국금융지주를 거쳐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번 중간배당에 따라 한국투자캐피탈이 앞서 시행했던 유상증자 의미는 사실상 퇴색됐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 3월 한국금융지주를 통해 44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한 바 있는데, 이번 배당으로 3개월 만에 다시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한국금융지주 (사진=한국투자증권)
이에 대해 한국금융지주 측은 증자 당시와 현재 배당의 배경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증자할 당시는 그 전년도에 그룹 내
카카오뱅크(323410) 지분을 증권으로 이전 작업하면서 내부에서 배당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었다"라며 "지주에서 해당 금액을 보유하기보다 필요한 자회사 증자로 영업 여건을 마련해 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다시 중간배당을 하는 이유는 증권 쪽에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라면서 "금융당국이 부동산PF 관련 지급보증하고 있던 부분을 일반대출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있었고 이에 따라 증자를 하게 된 것인데 해당 자금을 캐피탈 쪽에서 끌어오는 과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유상증자 금액 600억원으로 줄어…투자금융 자산도 리셋
한국투자캐피탈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7810억원이었는데 유상증자에 힘입어 올해 1분기 1조2530억원까지 늘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중간배당 영향으로 그 규모가 8730억원 수준으로 다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상증자의 실질적 규모가 600억원 정도로 상쇄된 셈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축소된 만큼 자본적정성 역시 저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NICE신용평가는 레버리지배율이 4.3배에서 5.7배로 상승하고 조정자기자본비율이 22.0%에서 16.6%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ICE신용평가는 "이번 중간배당은 한국투자캐피탈 신용도에 부정적이다"라면서 "지난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투자캐피탈의 자기자본 규모가 확대되고 자본적정성 지표 등이 개선된 바 있는데, 중간배당에 따라 그 효과가 상당 수준 상쇄된 것으로 판단된다. 대규모 현금 유출로 유동성 대응 능력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영업자산에서 확대됐던 투자금융 규모도 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유상증자 대금을 채권형 펀드로 운용하면서 투자금융 자산이 지난해 말 3463억원에서 올해 1분기 8487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던 상황이다. 같은 기간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에서 16.0%로 상승했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영업자산(5조2911억원)에서 부동산금융 비중이 41.6%로 높게 나타나는 만큼 투자금융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나 신용집중 리스크 완화 측면에서 유의미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었는데 이 역시 무색해졌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상증자 대금으로 받았던 것을 투자자산으로 운용했지만 꼭 해당 자산을 처분해 배당 재원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그렇게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투자자산은 다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