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 하반기에는 경기 긴축의 후폭풍으로 인한 경기 둔화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상반기보다 회복 강도가 덜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외 주식 등 자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낮추는 게 좋겠습니다. 자산 배분도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이면서 채권 비중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뉴스토마토>가 국내 12개 주요 증권사의 올해 하반기 자산전략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경기와 금리 리스크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뤘습니다. 증권사들은 실적 모멘텀에 근거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금리에 민감한 자산은 상반기와 다른 스탠스로 접근하고,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를 노리라는 주문도 있습니다.
경기둔화 지속…금리 수준이 핵심
긴축에 돌입한 후 기준금리를 올리기만 했던 미국이 이달에는 동결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엔 섣부른 것 같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금리를 올리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뜻을 나타냈습니다.
증권사들은 글로벌 긴축 기조와 물가 불안으로 지금의 고금리 추세가 길어지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경제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금리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75%포인트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역전된 금리차는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변수입니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상황을 지켜보며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요. 신한투자증권은 부진한 성장과 물가 하락 경로 확인으로 4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채권은 좋아 보입니다. 연말이든 내년 초가 됐든, 금리 하락이 시작되면 2024년까지는 계속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만큼 채권 매수 심리도 견조할 전망입니다.
연말로 갈수록 채권 비중을 확대하라고 권한 증권사들이 많습니다. NH증권은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4분기쯤 채권 금리가 하락할 거라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3분기엔 7대 3, 4분기엔 6대 4를 제안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교보증권도 채권에 더 높은 비중을 실으라고 조언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에 충격이 발생해 금리가 반등한다면 국채 포지션을 확대할 기회입니다. 하반기 증권사들의 국채금리 10년물의 전망치는 최저 2.8%에서 최고 3.75%입니다.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주목해 자산전략을 짜야 할 것 같습니다. 하반기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높이라는 조언이 많았던 것은,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주식시장의 불안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한 가지 변수는 중국입니다. 중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펼칠 경우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이 가시화돼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1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주목…부동산 반등 재료는 소진
관심을 가질 만한 주식으론 상반기에 좋은 성과를 보여준 반도체가 또 꼽혔습니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죠. 신한, 하나, KB, NH, 교보, IBK, 메리츠증권은 반도체 공급 축소로 업황의 턴어라운드가 시작되고 인공지능(AI)향 새로운 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밖에 자동차, 조선, IT하드웨어 업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업종별, 종목별 수익률 편차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대비해 핵심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과 섹터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중국의 경기 부양책 역시 글로벌 경기 회복에 있어 주요 요소라 부양책 시행으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회복 가시화되면 위험자산에 긍정적 영향 줄것으로 보입니다.
원달러환율은 점진적인 하락을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의견이 분분합니다.
증권사들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수록 달러의 구조적 약세 평가가 다른 나라의 화폐가치 평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원화는 중국 수요가 회복되는 4분기쯤에나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합니다.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원달러환율이 우하향할 것이라면서 연말 기준으로 12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KB증권은 4분기 평균 1200원 중반대로 비슷한 수준을 예상했어요.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1300원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증권사 중에도 전망치의 범위를 1200원대 초반에서 1390원까지 잡은 곳이 있는 걸 보면, 외환시장에 드리운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요? 하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은 약보합, 전국은 하락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합니다. 대신증권은 "모기치 대출 금리의 하락과 보금자리론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상승 효과는 모두 소진됐다"면서 "지방 시장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요인도 금리입니다. 만기 1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4.5% 전후에서 중위값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향후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대출금리도 떨어지겠죠. 다만 대신증권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가산금리를 조절해 금리 변동성을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고채 금리처럼 범위가 넓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대신증권이 예상한 올해 연말 주택담보대출금리(10년 이상) 평균은 4.2~4.8%입니다.
결국 하반기 재테크 성적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로 집약됩니다. 모두가 고대하는 금리의 하락이 언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물가 또한 미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