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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 실적 '착시'…부실 늘었는데 충당금 과소 적립
충당금 적립비율 30%P 급감…당국 규제 밖 리스크 확대
입력 : 2023-06-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회계기준상 반드시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대신 대손준비금을 더 많이 책정하며 실적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충당금 적립을 줄여 순이익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금융당국의 기준을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입니다. 다만 자산 건전성에 대한 위험을 자의적으로 과소평가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충격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실자산 증가에도 되레 줄은 충당금 적립비율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1분기 말 대손충당금잔액은 2322억원으로 금융감독원의 충당금 요적립액의 59% 수준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2020년 말 142%에 달했던 요적립비율은 202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90% 수준을 유지했으나 작년 말 57%로 급감했습니다.
 
대손충당금은 매출채권 등에서 회수 가능성이 낮은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증권사는 금감원 감독규정에 따라 보유자산의 향후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증권사들은 감독규정에 따라 충당금을 요적립액의 100%를 유지해야 하는데요. 감독규정에 미달한 충당금은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이 회계상 다르게 처리된다는 점입니다. 대손충당금은 미리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대손준비금은 이익잉여금으로 처리돼 회계상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충당금 적립비율 감소에도 부실자산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요. 대손충당금 대신 대손준비금 적립 규모를 늘려 실적 관리에 나선 모습입니다.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이 30%포인트(87%→57%) 급감한 지난해 3~4분기 사이 신한투자증권의 부실자산도 급격히 늘었습니다. 반면 작년 3분기 이후 대손준비금 적립액은 950억에서 1201억원으로 급증했죠.
 
공감 못할 해명…채권총액은 미수금만 대폭 증가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총액 규모가 커지면서 대손준비금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명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의 실질 채권총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1분기 기준 증가한 채권총액 대부분이 자기매매에 따른 미수금(4조1364억원)이기 때문인데요. 미수금은 감독규정 상 충당금 요적립액에서 제외됩니다. 미수금을 제외한 채권총액은 오히려 8.62% 감소했죠.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충당금을 많이 쌓지 않으면 그만큼 만큼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대손충당금을 줄이고 준비금을 그 이상으로 늘리면 감독기준 상 적립금은 맞추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신한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적립 규모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 위험이 높은 자산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어섭니다. 
 
증권업은 당국의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과 비교해 부동산 PF 관련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부실 위험을 과소평가해 충당금을 적게 쌓으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더 커질 수밖에 없죠.
 
증권사는 자산건전성 별로 정상 0.5%, 요주의 2%, 고정 20%의 충당금을 적립하는데요. 저축은행은 PF 대출 관련 대손충당금 적용을 정상 2~3%, 요주의 10%, 고정 30%로 비교적 엄격합니다. 
 
미분양·미착공 벌려 논 부실 PF 다수…차환 리스크 지속
 
신한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은 기업금융(IB) 확대를 위해 브릿지론 및 부동산PF 등 부동산관련 사업 확대에 따른 부실자산 확대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대출금 고정이하 자산비율은 12.67%로 전분기(3.35%) 대비 무려 9.32%포인트나 증가했는데요. 증권사의 고정이하 대출금 대부분이 기업금융에서 발생합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PF 등 과거 벌려놓은 부실자산 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중후순위 약정 비중은 67.9%에 달하며, 올해 차환발행 또는 만기 연장에 실패한 것만 총 13건으로 1248억원 규모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차환발행에 실패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라며 “애초에 분양률이 안 나오면 본PF로 넘어가는 대출 자체가 나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벌려놓은 것 많아지면서 무리하게 PF를 진행했던 것들이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울산 남구의 ‘빌리브 리버런트’ PF(후순위)는 지난 4월 기준 분양률이 8%에 그쳤으며, ‘파코제일차’(선순위) 사업장 대전 둔산동 ‘그랑 르피에드’는 지난 4월 832세대 분양에서 청약 접수가 단 7건에 그쳤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오피스텔 개발 PF인 ‘쥐피에스22제1~3차’(249억원)의 경우 미착공 상태로 차환발행에 실패했죠. 이밖에 중후순위 PF 대부분이 미착공 상태이며, 남양주 화도 물류센터 개발사업(후순위), 세운 5-1구역 오피스 개발사업(후순위), 강릉 신라모노그램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선순위) 등 비주거 사업도 과공급으로 향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미분양세대수가 증가하고, 미분양사업장도 대구 이외의 지방이나 수도권 중 인천에서 늘어나고 있다”며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의 기타 분양형 부동산 및 비분양형 부동산에서도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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