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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기업들, 유증 남발한 뒤 '쥐꼬리 무증' 주주달래기
유증 흥행몰이 당근책 제공에도 주가 방어 실패
입력 : 2023-06-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신대성 기자]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로 연명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조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확보한 주식발행초과금을 생색내기식 무상증자에 활용하고 있어선데요.
 
대규모 유증 발표와 동시에 쥐꼬리 만한 비율의 무증을 섞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 포착됩니다. 주식발행초과금은 상법상 법정준비금에 해당돼 회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돈임에도 회사 자본금의 1.5배가 되면 무증의 재원으로 쓸 수 있습니다. 현재 포착되는 유무상증자 기업 대부분이 적자회사인 만큼 그동안 빈번한 자금 조달을 통해 주식발행초과금을 확보했다고 보여지는데요. 해당 기업들의 자금조달 목적은 시설투자 등 사업 확장이 아니라 대부분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으로 확인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상장사 유무상증자 급증…1달 새 6건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국내증시에서 유무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클리노믹스(352770), 피씨엘(241820), 진원생명과학(011000),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 꿈비(407400), 보로노이(310210) 등 총 6곳으로 확인됩니다. 올해 유무상증자를 계획한 기업은 7곳에 불과한데 이중 6곳이 최근 2달새 유무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증자방식은 대부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며 꿈비가 유일하게 일반공모방식의 증자를 택했습니다. 통상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나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공모방식 유상증자 대부분이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만큼 시가대비 저렴한 신주가 발행되기 때문입니다. 늘어난 신주만큼 지분가치가 희석되면 주주가치 훼손도 이어집니다.
 
유·무상증자는 기업이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일정 시차를 두고 실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무상증자 신주배정기준일을 유증 납입일 이후로 설정하는 방식이죠. 유증 참여로 받은 신주는 자동으로 무상증자 대상이 되기 때문에, 유증 이후 공짜 신주를 받을 권리가 한번 더 생깁니다. 통상 유상증자가 악재로 통하는 만큼 무증을 통해 주가 하락과 주주 반발을 막겠다는 전략입니다. 
 
유상증자에 대한 당근책으로 무상증자를 동시에 결정했지만, 주가 방어에는 실패한 모습 입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의 주가가 공시 다음 직후 20.19% 급락했으며, 클리노믹스(-18.27%), 피씨엘(-13.45%), 꿈비(-9.97%) 진원생명과학(-6.44%) 등의 주가가 큰 폭 하락했습니다. 주가가 상승한 것은 보로노이(6.18%)가 유일합니다. 
 
당근책 제공에도 주주반응은 시큰둥
 
상장사들의 유무상증자에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업으로 운영자금도 마련하지 못해 주주에게 손을 벌리면서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주주들에게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들 기업이 당근책으로 제시한 무증 신주 발행은 그간 조달해왔던 자금 대비 턱없이 부족한 모습입니다. 이번 유무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무상증자 신주 배정물량은 평균 0.56주입니다. 피씨엘이 보통주 1주당 2주를 배정하며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했으며, 클리노믹스(0.5주), 꿈비(0.3주), 에스씨엠생명과학(0.2주), 진원생명과학(0.2주), 보로노이(0.2주) 등은 1주 미만을 배정했죠.
 
통상 무상증자가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입니다. 잉여금이 넘쳐나 주주들에게 나눠준다면 기업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유무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유무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적자 기업’들입니다. 
 
진원생명과학은 19년째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으며, 에스씨엠생명과학과 보로노이도 상장 이전부터 작년까지 영업손실을 이어온 만성적자 기업입니다. 올해 상장한 꿈비를 제외한 5개 기업이 모두 영업손실 누적으로 결손금이 늘고 있는 곳입니다. 그간 영업손실을 주식발행으로 메워온 셈이죠. 
 
적자기업의 무증 남발…재원은 주식발행초과금
 
만성적자에도 해당기업들의 무상증자 실시가 가능한 이유는 꾸준히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모아왔기 때문입니다. 6개 기업의 무상증자 재원은 모두 ‘주식발행초과금’입니다. 주식발행초과금이란 주식의 발행가액이 액면가액을 초과할 경우에 발생하는 자본잉여금입니다. 예컨대 액면가 100원의 기업이 1000원에 주식을 발행할 경우 주당 900원의 차액이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적립되는 식이죠. 
 
주식발행초과금은 상법상 법정준비금에 해당돼 회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돈입니다. 단, 주식발행초과금이 자본금 1.5배를 초과할 경우 유·무증 또는 CB 등에 사용 가능합니다. 결국 주식발행초과금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간 CB, BW, 유무상증자 등 주식 발행이 많았단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꿈비를 제외한 5개 기업은 모두 주식발행초과금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진원생명과학과 피씨엘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21년 1153억원에서 지난해 211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피씨엘도 21년 444억원에서 지난해 646억원으로 1.5배 가량 증가했네요. 클리노믹스(624억원→643억원), 에스씨엠생명과학(1581억원→1588억원), 보로노이(9913만7772원→1억4837만원)도 늘었습니다.
 
이번에 유무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의 자금조달 목적은 대부분 채무상환과 운영자금 목적입니다. 보로노이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전부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며, 꿈비·진원생명과학은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에 사용합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피씨엘·클리노믹스는 운영자금 및 채무상환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원재료 구매부터 직원들의 급여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건데요. 일부 상장사들은 그간 조달했던 자금도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꿈비의 경우 올해 초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90억원 중 60억원을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에스엠씨생명과학과 보로노이 등도 상장 당시 조달한 자금 투자도 아직 모두 이뤄지지 않았죠.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상장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이라면서도 “적자기업의 유무상증자는 직원 급여 등 기본적인 회사 운영자금도 마련하기 힘든 기업들이 유증 흥행을 위해 무상증자를 남발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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