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사나 애널리스트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은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운영하는 채널에 기업 관련 정보가 그대로 올라오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에서 단순히 기업 IR(기업설명)을 전달하는 홍보 스피커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애널리스트 텔레그램 채널, 개미들 인기몰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주식 정보를 얻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일상다반사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주식 관련 텔레그램 채널은 많게는 5~6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운동이 궐기하며 주식 투자가 활발해졌는데요. 투자 정보를 찾는 개미들이 텔레그램 채널을 적극 이용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자 접점을 늘리기 위해 증권사들도 텔레그램 채널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중 10개 이상의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은 13개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이외에도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9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키움증권 8개, 이베스트투자증권 7개, 신한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6개, KB증권 4개 등 증권사 텔레그램이 존재했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이름으로 운영하는 증권사도 있지만 애널리스트 개인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채널도 많았습니다. 증권업계에서 제일가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채널들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도 높은 편인데요. 인기가 많은 채널은 구독자 2만명이 넘는 곳도 있고 1만명을 넘어선 채널도 다수 존재합니다.
리서치센터를 퇴사하더라도 많은 구독자가 있는 채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전 연구원은 지난 3월 31일 새로운 이동을 한다며 운영 중인 텔레그램 채널엔 추천 및 투자의견 제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다만 개인적인 뉴스 스크랩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 5월 10일까지 인터넷·플랫폼·성장산업 등 투자 뉴스 및 정보 스크랩이 이어지다 중단됐습니다. 여전히 1만1000여명이 채널을 구독 중이네요.
기업 IR 스피커 지적…애널리스트 본연 역할 무엇?
다만 일각에선 애널리스트 텔레그램 채널에 언론사 기사나 기업 IR 내용이 그대로 게시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시황 또는 거시경제가 아닌 배속된 업계의 기업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 텔레그램 방에서 심심치 않게 게시되는데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텔레그램에 올라오는 기사, IR 정보 등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개인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특히 커버 기업의 IR 정보를 그대로 올리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입니다. 기업 IR 정보를 올리는 것은 본연의 역할과 맞지 않다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기업과 관련된 IR 정보를 올리면 커버하는 기업의 스피커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기업 홍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IR 정보를 텔레그램 채널에 올리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증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공표된 자료를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하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며 "투자자들이 IR 자료를 일일이 찾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애널리스트로서 코멘트가 한줄도 들어가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은 이직이 잦은 직종이기 때문에 본인 PR 용도로 텔레그램 채널이 활용되기도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로 중소형사에서 본인 홍보용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애널리스트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업계 내에 유명한 연구원들의 이름도 오르 내린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일부 증권사에선 애널리스트가 운영하는 텔레그램의 구독자 수나 게시글 업로드 수로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의 압박으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은 게시물 갯수 맞추기에 급급해 기사나 IR 자료를 올린다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애널리스트가 아닌 엔터테이너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