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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일색 리포트 그만…독립리서치에 쏠린 눈
당국, 애널리스트 성과·평가·예산 손질…독립리서치 제도화
입력 : 2023-07-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최근 주식시장 불공정거래가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증권업계 리서치센터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는데요. 매수 리포트만 쓰는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높이고, 독립리서치를 제도권에 편입한단 방침입니다. 향후 리서치 업계에 어떤 변화가 올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리서치부서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예산 배분, 공시방식 개선,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증권사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된 관행과 분석 기업과의 유착 및 리포트 영업과정에서 벌어지는 애널리스트의 사익추구 등이 만연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어섭니다. 
 
지난 5일 금감원이 개최한 증권사·독립리서치 CEO 간담회에서 애널리스트 등의 사익추구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함용일 부원장은 "애널리스트가 조사 분석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리서치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증권사 직원의 주가조작 개입 혐의,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의 사익 추구 등 불법행위 등이 더해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증권사 연구원들이 다양한 불공정행위로 이슈가 된 사례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금감원이 선행매매를 통해 부당이득을 본 증권사 연구원들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따르면 A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매수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공표하기 전 미리 주식을 매수하고, 리포트 공개 후 매도하는 식으로 약 5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습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결국 함 부원장이 "잘못된 관행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인센티브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죠.
 
리서치 종사자 "현업 부서 환경 모르는 소리" 반발 
 
하지만 현업부서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매수 리포트 선호도가 높고, 리서치보고서를 무료로 제공하는 관행 등이 매수 일색 리포트를 만드는 환경이 됐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시장 참여자의 인식 개선 및 증권사의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B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기업 고객을 상대로 수익을 내는 조직"이라면서 "결국 증권사의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인데, 투자자들이 공공기관처럼 착각하고 있는 거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독립리서치 업계 역시 매수 리포트가 많은 것은 수요가 많은 탓이라고 주장합니다. 독립리서치사인 한국금융분석원 관계자는 "개인들은 어떤 종목에 수익날 거냐에 관심이 많다"면서 "매도 리포트 수요 자체가 거의 없고 매수할 만한 신규 종목에 대한 수요만 많다"고 말했습니다. 
 
A 독립 리서치 관계자도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법인 영업이 메인이고, 독립리서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가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인이든 개인이든 매수를 좋아하지 매도 리포트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독립리서치, 리딩방 오해 벗겠지만 문제는 '생존'
 
금감원은 좀 더 자유로운 투자의견을 제공하고 있는 독립리서치 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융(IB) 사업부문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매도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 사업자를 키운다는 계획인데요.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독립리서치 기업들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하지만 이들도 그렇게 탐탁치 않은 분위기입니다. 회사의 네임벨류나 신용도는 개선되겠지만 실질적인 형편은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제도권 편입으로 규제만 강화되는 것을 넘어 지원 정책도 마련돼야 한단 입장입니다. 
 
독립리서치 업체는 증권사 내부에 있는 리서치센터와 달리 독립적으로 리서치 보고서만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게 특징입니다. 현 규정상 금융투자업이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하는 탓에 '주식 리딩방'과 같은 오해를 받았습니다.  
 
B 독립리서치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는 독립리서치가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돼 있어 리딩방과 비슷한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최근 직원이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갔는데, 회사 업종때문에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독립리서치 관계자는 "독립리서치를 가리키는 새로운 업종이 신설될 것 같다"면서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어서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는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업종이 변경되면 회사 네임벨류나 신용도는 올라가겠지만 실질적인 처우나 영업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리서치 업계 관계자는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도록 해주면 보고서 유료화도 진행할 수 있고, 업계의 영업상황이 전반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의 리서치 보고서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리포트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분석 보고서 1만4149개 가운데 매도 의견(비중축소 포함) 보고서는 6건(0.04%)에 불과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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