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지난 2017년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결과 가계부채는 줄었지만, 주택 가격은 오히려 크게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리나라 가구의 부채 및 자산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대출 접근성에 영향을 미쳐 부채와 자산의 불평등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LTV·DTI 규제 강화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심리 등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억제하지 못해 자산 불평등엔 큰 영향을 미치치 않았습니다. 엄격한 규제는 이 지역의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5.7% 줄이면서 가구간 부채 불평등은 완화시키는 방향으로는 작용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주택 가격의 40%까지 대출을 허용하고, 연간 원리금이 총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했는데요. LTV와 DTI를 각각 40% 이하로 제한했고, 그 외 조정대상지역에 대해서는 LTV 60% 이하, DTI 50% 이하로 강화했습니다.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을 통제하고 규제에 따른 변화를 중심으로 파악한 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거주 가구의 가계 부채 증가는 둔화했지만 주택 자산은 증가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별로 가계 부채를 비교한 결과 자산 상위 20~40%(4분위)와 상위 20%(5분위) 가구를 중심으로 줄었습니다. 각각 13.6%. 1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소득 분위에서 자산 가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 자산, 집값은 주택을 보유한 모든 자산분위에서 9.3% 증가했는데요. 대출 규제가 부채는 축소할 수 있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모멘텀을 꺾을 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보유자산 가치에 따른 금액 증가폭은 자산 가치가 큰 5분위에서 더 많았을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보고서는 LTV·DTI가 의도하지 않게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기보다는 거시건전성 제고라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정책을 시행해야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민수 한은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연구팀 차장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가 자산을 적게 보유한 가구의 대출 접근성을 제약해 부채 및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은 적어도 2017년 이후 우리나라의 LTV·DTI 규제 강화 사례에선 실증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률적인 규제 강화로 인해 자산 및 소득 하위 가구, 특히 제도권 대출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가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세심하고 엄밀한 분석과 지원대책을 병행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입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