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한 암컷 북극곰이 먹이를 찾기 위해 9일동안 무려 687km를 헤엄쳐 갔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50m 수영장 왕복도 힘들거든요.
아무리 장거리 수영이 가능한 북극곰이라고 하지만 에너지 소모가 엄청날 겁니다. 실제 몸무게 몇 십키로를 잃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단 한번도 자동차를 탄 적도, 테이크아웃 컵에 빨대를 꽂아 음료수를 마셔본 적도 없는 북극곰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직접적인 희생양이 되어 기후 재난을 상징하게 되었단 건 비보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얼음 방벽인 해빙이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고 다시 얼음이 어느 시점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북극해를 차갑게 유지하면서 온난화를 막고 있던 해빙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은 삶의 공간과 사냥터를 잃고 있습니다.
해빙이 녹으면서 적절한 사냥터를 확보하지 못한 북극곰은 얼음과 얼음 사이, 얼음과 육지 사이를 더 많이 헤엄쳐 이동해야 합니다. 길과 기간이 늘어날수록 북극곰은 더 많이 이동해야 하고 그럴수록 몸무게를 더 많이 잃게 됩니다. 새끼 북극곰일수록 익사와 아사 확률은 높을 겁니다.
최근엔 기후 변화로 사냥이 어려워진 북극곰들이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동종 포식, 다른 새끼 북극곰을 잡아 먹거나 민가까지 내려와 성인 여성과 소년을 습격한 사건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올해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와 김연희 연구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온실가스가 낮은 수준으로 배출돼도 2030년대에는 9월에 북극 해빙이 사라진다"고 싣기도 했습니다. 9월인 이유는 북극 해빙의 특성상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엔 면적이 감소했다가 겨울이 되면 다시 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9월에 가장 면적이 많이 줄어들어섭니다.
그러면서 북극 해빙의 소멸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지난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위성 관측 결과를 여러 기후 모델의 모의실험 결과와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해빙 감소의 주원인은 온실가스였습니다.
우린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온실가스 배출에 일조하지 않는 북극곰에게 가하는 피해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얼마 가지 않아 북극곰을 멸종할 겁니다.
그리고 아마 북극곰 멸종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겐 더 혹독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책임에 대한 혹독한 결과는 한파 등 극한 기후로 인한 우리의 멸종일 수도 있습니다.
스발바르 빙하 위에 서 있는 북극곰 사진입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