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켐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은 가운데 국내 개발사들이 반색하며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개발과 허가 단계에서 레켐비 사례로부터 가이드라인을 얻을 수 있어 후속 신약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입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치매 치료제 관련 임상을 진행 중인 국내 업체는 10여 곳입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의 뇌 파괴 속도를 27%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뇌부종 등 부작용과 항체치료제로써 뇌혈관장벽(BBB) 투과 효율 개선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1년 투약에 3500만원이 든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후발 주자인 국내 업체들이 이를 보완한다면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 수 있습니다.
치매는 크게 알츠하이머, 혈관성, 파킨슨병, 기타 불분명한 치매 등 네 가지로 분류되는데 가장 많은 것이 알츠하이머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기대 수명이 늘면서 의료비와 요양비, 생산성 손실 등 간접비용을 합친 치매환자 연간 관리 비용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죠. 그간 치료제는 치매의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이었다면 레켐비는 '치료'의 장을 새롭게 연 것인데요.
국내 업체 가운데 진척이 빠른 곳은 아리바이오·젬백스앤카엘·엔케이맥스입니다. 아리바이오는 지난해 경구용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3상을 승인 받은 뒤 12월 말에 처음으로 환자 투약을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식약처에 지난달 6월 임상 3상 허가신청을 낸 상태입니다. 유럽에서는 임상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임상센터 60곳 이상에서 환자를 모집 중이며,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가 나면 분당서울대 병원을 중심으로 150~2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젬백스앤카엘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GV1001'에 대해 미국과 유럽 7개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제약과 1200억원 규모의 'GV1001'의 국내 임상 개발 및 상업화 권리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젬백스앤카엘 관계자는 "임상을 진행하면서 투약 후 대상자 가운 데서도 약물과 관련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안전성 측면에서 다른 약물에 비해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엔케이맥스(182400)는 오는 정맥 투여 방식의 세포치료제 'SNK01'의 알츠하이머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 2023)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미국 FDA에서 치매 신약 허가에 대한 전례를 남기면서 약물 개발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면서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지만 개발 업체들이 이를 참고해 개선된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치료 효과에서 시너지 낼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제약회사 에자이가 미국의 젠바이오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 약 레켐비.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