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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 코타키나발루
입력 : 2023-07-12 오후 4:21:52
여름 휴가차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왔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처음이었는데요. 도심과 시골을 오가며 코타키나발루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었어요. 코타키나발루는 거대한 관광도시였습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유심칩 구입과 환전, 그랩택시 스테이션까지 관광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심칩 안 사? 환전? 왼쪽으로 돌아가면 있어"
 
비온 뒤 갠 코타키나발루 시내. 무지개가 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두리번 거리면 ATM을 찾던 제게, 유심칩은 여기서 사는 것이라면서 안내해주던 한 여성은 유심칩 안산다고 하자, 환전해야하지 않냐며 ATM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한국말이 능수능란했고, 대단히 친절했습니다. 
 
여행 내내 만난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은 조금은 '샤이'하지만 친절했습니다. 한국 관광객을 익숙한 듯 맞이했고, 한국문화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도심 곳곳에는 '한국 마사지', '한국마트', '망고 여기' 등등 한국 관광객을 위한 한국어로 된 표지판이 즐비했습니다. 체감상 한국관광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았고, 나머지가 중국계, 유럽인들이 조금 섞여있었어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여간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이 전세계를 관통했습니다. 코타키나발루 같은 관광 도시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한때 모든 국가간 왕래가 중단됐던 적이 있었죠. 마치 좀비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기관과 시설,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집안에만 머물렀었죠. 이 시기 관광객으로 지탱되던 코타키나발루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000개가 넘는 객실을 보유한 대형리조트에는 직원들만 수백명이 있었을 텐데요.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장식으로 뒤덮힌 리조트를 움직이고 관리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직업을 잃었을 것입니다. 다양한 규모의 리조트가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달했을 겁니다. 실직자는 넘쳐났을 거에요. 도시 곳곳에 섬투어, 코타키산등반, 반딧불투어 등 수많은 여행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행사들은 또 어떻고요. 한국어 메뉴까지 구비해놓으며 한국관광객을 맞이하던 현지 식당들은 어땠을까요. 
 
IMF세대라고들 하죠. 저는 IMF체제에 돌입한지 얼마되지 않아 중3이 되었는데, 그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중학교 수학여행 자체가 취소되었어요. 아버지의 사업도 타격을 입었고요. 사회경제적 사건은 결코 사회적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개인에게 연결되는 법이죠. 저에게 IMF는 아주 아픈 기억이에요.
 
코로나19도 비슷한 것 같아요. 코로나세대라는 조어까지 생겨났으니끼요. 코로나19 시기.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거나 겪고 있는 이들은 유·무형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았을 거에요. 코타키나발루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아버지가 실직을 하면서, 그 자식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을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수줍으면서도 친절하게 관광객을 대하는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마음이 놓였어요. 3년여 암흑같았던 시기를 잘 이겨내고 2023년을 맞이한 그들을 응원합니다. 하는 일도 제대로 안되고, 날씨는 덥고 습하고, 짜증나는 일이 많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코로나19를 무사히 통과하고 평범한 일상을 겪어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칭찬하고 응원합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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