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한국계 미국인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가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유승준씨가 만 3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1976년 12월생인 유승준씨는 개정된 만나이 계산법으로 현재 만 46세입니다.
(출처=유승준 유튜브 갈무리)
비자발급 재소송 2심 승소…법원 "발급거부 처분 취소해야"
13일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 김무신 김승주 부장판사)는 유승준씨가 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여권·사증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병역을 기피한 재외국민동포의 포괄적 체류를 반대하는 사회 목소리가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다"면서도 "법정연령인 만 3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유승준씨는 2002년 1월 군 입대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후 병역 기피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한국 입국이 제한됐습니다. 유씨는 재외동포 비자를 받아 입국하려 했지만 또다시 거부됐고 2015년 첫 번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1·2심은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상고심에서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대법원은 "주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유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유씨의 비자 발급 신청을 재차 거부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1심 뒤집고 유씨 손 들어줘…"병역 기피 동포도 38세 넘으면 체류 가능"
이에 유 씨는 2020년 10월 또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두 번째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대법원 판결 취지가 '비자 발급 거부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것일 뿐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해 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유씨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국적을 이탈했다"며 "유씨의 존재가 영토 최전방 또는 험지에서 말단의 역할로 소집돼 목숨을 걸고 많은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대한민국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큰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이번에 재판부가 유승준씨의 손을 들어준데는 총영사관 측이 유씨의 사증발급 거부 처분에 적용한 법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병역을 기피한 외국 동포도 일정 연령을 넘었다면, 구분되는 별도의 행위나 상황이 있을 경우 체류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판결 직후 유씨 대리인은 취재진에게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본인이 한국을 떠난지 너무 오래돼 한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고 자신이 한 행동에 비해 너무 가혹한 제재를 받은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어했다"며 "명예훼손의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행정청이 재처분을 할 수도 있고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면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외교부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후속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 법무부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당국은 이에 따라 상고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