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출생통보제 도입으로 출생신고 누락이라는 큰 과제를 해소했지만 위기출산 증가 우려를 수반하게 되자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보호출산제는 해외에서 도입된 비밀출산이나 익명출산과 유사한 개념으로 임산부가 익명을 보장받은 채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태생에 대해 알권리를 훼손하고, 양육 포기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만큼 부작용 대책을 보완한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수사의뢰 매일 폭증…'출생통보제' 사각지대 보완책 필요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2시 기준 전국 시도청에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867건이 접수돼 780건을 수사중입니다. 태어난 기록만 있고 출생 신고는 안된 아이들의 행방을 찾는 경찰 수사가 780건으로 늘어난 겁니다. 경찰에 들어온 수사 의뢰는 매일 폭증하면서 유령영아가 눈덩이로 불어났습니다.
이날 파악된 사망 아동이 벌써 27명으로 파악됐는데 수사가 진행되면 더 늘어날 가능서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입니다. 결국 출생 아동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위기의 임신부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입니다.
'출생통보제'의 경우 지난달 말 국회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데 모두 공감합니다. 출생통보제 도입은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산전진단 또는 출산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 십대 청소년과 같이 어린 미혼모로서 임신 자체를 환영받지 못하거나, 법정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혼외자를 출산한 경우 등 자신의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게 되는 상황입니다.
해외는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도입…산모의 심리적 부담 경감 방점
보호출산제는 자신의 임신출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임산부가 익명을 보장받은 채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해외의 익명출산제, 비밀출산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익명출산제는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츠크, 오스트리아 등에서 도입됐습니다. 의료진의 조력을 받아 안전한 환경에서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두고 떠날 수 있도록 합니다.
나홀로 출산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사고를 예방하고, 출산 직후에 벌어질지 모를 영아살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익명출산제도는 임신유지와 출산에 대한 산모의 심리적 부담을 크게 경감신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있습니다. 다만 출생한 자의 태생에 대한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제도 도입 국가 내에서도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독일에서 도입한 비밀출산제도는 익명출산제와 유사하지만 모에 대한 기록을 밀봉해 국가기관에 보관됐다가 자녀가 16세에 이르면 요청에 의해 열람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모는 자녀의 열람을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건강한 출산·출생아 안정적 성장 공감…최소한의 보호장치 필요
이미 도입된 해외뿐 아니라 아직 논의중인 국내에서도 비밀출산과 익명출산을 둘러싼 논쟁은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산모의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과 출생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출생통보제의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보호출산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치원 새변 변호사는 "보호출산제 도입으로 양육 포기가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는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병원 밖의 출산으로 출생신고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는 점에서 보호출산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보완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보호출산제 도입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 친부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친부와 관련해 임산부와 태아를 유기하는 부류, 임신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부류 등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친모가 포기해도 친부가 권리를 갖고싶어하는 경우도 있을텐데 이런 권리를 위한 절차 등의 논의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보호출산제 추진에 대해 국민 66.29%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국민 360명(남녀 무관)을 대상으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습니다.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33.71%였습니다.
보호출산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출생통보제의 부작용인 병원 밖 출산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9.14%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임산부의 익명을 보장함으로써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 23.14%, '사회의 부정적 인식으로부터 미혼모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 9.43%였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