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에 1300억원가량을 지급해야 한다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대해 정부가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을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본 점 등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취소소송을 내지 않으면 이 사안으로 같은 피해를 주장하는 헤지펀드 메이슨과의 분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아울러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중재판정부, 관할 인정 요건 잘못 해석"
정부는 18일(한국시간) 엘리엇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2018년에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사건과 관련해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찬성 투표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한국 정부에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습니다. 엘리엇 최초 청구 금액 7억7000만달러중 배상원금 기준 약 7%가 인용된 것으로 여기에 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더하면 배상액은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부가 취소소송을 제기한 데는 중재판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관할, 즉 재판권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해 정당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이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특정 조치로 볼 수 없는데도 이를 인정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연금이 사실상 국가기관이란 해석 부당"
또 중재판정부는 삼성물산 합병에 의결권을 행사한 국민연금이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며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봤지만 정부는 국민연금의 선택은 정부의 조치가 아닌만큼 한미FTA상 ISDS 사건의 관할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이 한국법상의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그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 라는 논리를 폈다"며 "이렇게 한미 FTA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 소액주주가 제기한 합병무효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등 행위가 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점도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취소소송과 함께 판정문 상 엘리엇의 손해액을 산정할 때 삼성물산이 엘리엇 측에 낸 합의금을 '세전'이 아닌 '세후' 금액을 공제해 약 60억원이 늘어났다며 오류 정정도 함께 신청했습니다. 또 이자를 원화로 지급할지, 미화로 지급할지가 판정문에 혼재돼 있다며 이를 명확히 해달라고도 요구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