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50년 만기의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연일 등장하면서 대출한도와 금리 등 차주들의 선택권이 확대됐습니다. 만기가 길어지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효과가 있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데요, 다만 가계부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권에는 50년 만기의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월 Sh수협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놓은 데 이어 대구은행도 지난달 30일부터 주요 주담대 상품 만기를 최장 50년 이내로 10년 늘렸습니다. 이달 초 하나은행도 주요 주담대 상품 최장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했습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역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출시를 검토 중입니다.
인터넷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늘리는 추세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초기 혼합형 주담대 만기가 최대 35년이었는데요, 지난해 8월 주담대 대상 지역 확대와 함께 만기를 △만 40세 이상은 15·25·35·40년 △만 39세 이하 청년은 45년으로 늘린 바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현재 주담대 만기 10~40년 범위 내에 5년 단위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담대 만기를 늘리면 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고금리 시기인 데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대출 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은 상황입니다. 만기를 늘리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경감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대신 이자 총액도 늘어나는 부담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모기지 만기 확대는 전 세계적인 주택가격 상승 흐름으로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주거선택 자유 확대를 위한 초장기 모기지 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2021)'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증가, 기대여명 및 은퇴 연령 증가 등의 영향으로 관련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도 연장되고 있습니다. 몰타는 은퇴 연령인 65세 이전 상환을 조건으로 40년 만기의 대출을 제공하며, 스페인· 프랑스·포르투갈 50년, 핀란드 60년, 스웨덴은 105년 등 초장기 모기지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40년 이상의 초장기 모기지가 등장한 이유는 채무자의 월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영국에서는 2019년 기준 40년 만기 모기지 비중이 전체 모기지의 57%로 확대되는 등 그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본에서도 50년 만기 주담대가 2019년 등장했다가 연체율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을 겪은 후 대출 수요가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입니다.
초장기 모기지 상품 도입을 두고 바라보는 시선도 갈립니다. "50년 대출 받아서 산 아파트 50년 후엔 멀쩡하긴 하냐" "은퇴 후에도 빚갚아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어차피 중도상환하고 아파트 갈아타는데 누가 평생 갚냐" "대출한도 늘어나니 이득"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전문가 시각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과 '과도한 가계부채를 유발한다' 등으로 갈리는 상황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집값이 많이 올라 각 국가들이 주거 복지 등 차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유럽 국가는 주거복지에 주의를 기울이는데, 주담대 기간을 늘려 복지 부담을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상환기간이 늘어나면 금리가 늘어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사실 50년 만기를 설정해도 50년 동안 대출을 상환하는 차주는 드물다"며 "중간에 부동산을 매각하게 될텐데 본인의 보유기간이나 이자 및 원금 상환 부담 등을 고려해 적절한 기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