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150년, 죽어서 20년을 한자리에 서있던 나무는, 나무를 끝까지 목숨걸고 지켰던 '명두집'의 숨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무 밑둥에다 그녀의 세 아이를 묻은겁니다. 모두 생후 열흘도 채 안된 아이들이었죠.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는다. 금방 태어난 아이는 굶겨도 금방 죽지 않는다. 사나흘이 지나면 비로소 아이가 사지를 버르적거리며 죽을 듯이 운다. 그럴 때 어두운 항아리에 처넣고 뚜껑을 닫는다. 아이는 허기와 어둠과 한기에 갇혀 죽음을 직감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더 보내고 나면 아무리 갓난아이라 할지라도 바깥으로 나오려고 맹렬히 뚜껑을 밀친다. 커다란 돌을 뚜껑 위에 얹는다. 세상 경험을 전혀 하지 못한 아이의 공포는 그만큼 순명하다. 마침내 돌을 얹은 뚜껑마저도 들썩거린다. 잘 벼린 창칼을 들고 있다가 뚜껑 사이로 비어져 나온 손가락 하나를 단숨에 끊는다."
그렇게 얻은 아이의 손가락을 명주천에 싸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만들어 가진 그 유골을 명두라 해 그녀의 별명은 명두집이 됐습니다. 소설가 구효서의 <명두>에 나오는 단편소설 이야기입니다.
최근 연일 터져 나오는 영아 시신 유기사건과 똑같아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삭제'된 영유아들의 일은 어제오늘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수원에서 영아 2명을 살해하고 5년간 냉장고에 은닉한 친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야산에 묻고, 하천에 버리고,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린 아기까지 영아살해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02년까지 출생신고가 안 돼 임시신생아번호로만 기록된 아동 2123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1025명(48.2%) 아동의 생존이 확인됐습니다. 249명(11.7%)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고, 814명(38.3%)은 현재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생존·사망 여부를 아직 수사 중인데 사망 아동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새삼 놀랐다는 듯 여야가 10년 가까이 뭉갰던 출생통보제 법안을 황급히 처리했습니다. 또 후다닥 영아 살해·유기범의 형량을 일반 살인·유기죄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영아살해처벌강화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영아 유기·살해 관련 법 내용이 개정되는 것은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70여년 만에 처음 입니다.
이제 영아살해 땐 '최대 사형'까지 가능해진 셈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죽인 엄마만 엄벌한다고 영아 살해가 없어질지 의문입니다. 과거든 현재든 갓난 아기들이 버려지는 가장 큰이유는 원치않은 임신과 출산, 빈곤이 주를 이룬다는 겁니다. 실제 영아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미혼모, 싱글맘 등이 대부분 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이런 환경에 처해있는 영아들을 국가가 맡아 양육해야 합니다. 프랑스는 임신 6개월부터 정기검진·출산 등에 필요한 모든 의료비를 국영 의료보험으로 부담합니다. 독일과 영국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미혼모를 위한 임신갈등지원센터를 운영합니다. 한국또한 그간 방치했던 유령영아를 줄이기 위해 국가가 엄마와 아이를 보호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