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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연동 주세 폐지…주류업계 부담 덜까
"제조사가 가격 올렸단 오해 불식"
입력 : 2023-07-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라 세금이 올라가는 '맥주·탁주 종량세 물가연동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물가연동제가 폐지될 경우 주세 인상의 가격 반영이 줄어들어 업계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대체할 주세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기재부는 국회에서 세액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하는 방안에 무게 중심을 두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종량세만을 이유로 맥주 가격이 15원 정도 상승 요인이 있다고 할 때 맥주 가격을 1000원에서 1015원으로만 하지는 않는다"며 "시중 소비자가격을 더욱 편승 및 인상하는 기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물가연동제는 매년 4월마다 전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70~130% 범위 내에서 종량세율을 정해 적용하는 것입니다. 종량세는 출고하는 술의 양과 도수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맥주와 탁주에 대해서만 종량세를 도입했습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맥주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과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조세 중립성을 회복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이윤과 판매관리비(영업·마케팅 비용)를 더한 액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합니다. 반면 수입맥주는 운임과 보험료를 포함한 제품 가격에 관세를 더한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깁니다.
 
다만 매년 물가 상승에 따라 맥주와 탁주 주세가 기계적으로 상승하면서 주류 가격 인상을 촉발했단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그간 주세 인상 여파로 가격이 인상됐는데, 제조사가 가격을 올리는 것처럼 비쳤다"면서 "물가연동 주세가 폐지되면 이에 대한 오해가 불식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맥주와 탁주에 적용된 주세액은 소비자 물가가 반영돼 매년 인상됐습니다. 주세는 간접세와 소비세로 최종 소비자에게 세금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입니다. 
 
또 다른 맥주업계 관계자도 "주세 부담이 경감돼 소비자에게 편익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가격은 시장 원리에 의해서 인상되는데, 업체가 주세 인상률에 편승해 인상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제조사는 매년 주세 인상이 발행된 가격표로 도매상하고 소통해야 되는 부담이 있었다"면서 "현재 주세가 폐지되면 제조사가 가격을 올린다는 논란이 사라져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주세법 개정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연동제 대신 국회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는데, 국회 역시 소비자 물가 등의 지표를 근거로 주세를 산정할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매년 적용이 아닌 격년과 3년, 5년 등의 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올 상반기에 진행된 가스와 전기 등의 요금 인상을 상기하면 실익이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종량세 물가연동제 폐지 환영
 
탁주(막걸리)업계에서도 종량세 물가연동제 폐지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동안 물가에 따라서 가격이 변동되는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현행 제도는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막걸리.(사진=뉴시스)
 
다만 제도가 폐지돼도 세금의 총량은 감소하지 않고 기존과 동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탁주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세금의 총량은 감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갈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년 물가에 반영해 주세를 올리다 보니 가격이 인상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매년 매겼던 세금 방식이 변동되는 것이지 세금 자체를 깎아줄 일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매년 세율을 적용하기보단 3년에 한 번으로 바꾸는 게 효율적이다"면서 "세율을 올리되 조정 주체를 국회로 돌리고 물가 인상률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려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고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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