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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때마다 정쟁·침묵…사라진 대통령의 책임정치
폭우피해에 정치권 갈라치기…장모 법정구속엔 침묵 일관
입력 : 2023-07-24 오후 4:00:00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이를 정쟁화하거나 침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할 때도, 장모 최은순씨가 법정 구속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침묵으로 버티거나, 정치권 갈라치기로 여야 대립을 격화시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책임정치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당일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현장 등을 방문했지만, 폭우 피해에 대한 사과 메시지나 유감 표명은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폭우로 인명피해가 속출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만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폭우 피해가 속출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데 대한 논란이 여전하고 정부의 재해 대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윤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 '장모 구속'에도사과 없이 '모르쇠'
 
윤 대통령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8일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인데, 수십 명의 인명을 앗아간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비판 세력을 겨냥해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며 정치적 갈라치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에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여야 대립만 더욱 격화됐습니다.
 
재난 책임을 두고도 전임인 문재인정부 탓하기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물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소관이었던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옮겨 '물관리 일원화' 정책을 추진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장모 최은순씨가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과정에서 통장 잔액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데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장모가) 상대방에게 사기를 당했다"거나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이 없다"며 최씨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거짓말이 된 셈입니다.
 
야당에선 현직 대통령의 장모가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음에도 윤 대통령이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심 판결 때는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더니 이번 장모 판결에는 '사법부 판결은 대통령실 언급 대상이 아니다’라며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사죄와 해명을 당장 요구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지난 21일 경기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법정구속 됐다. 사진은 이날 항소심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명품쇼핑 논란·백재권 관저 개입 의혹윤 대통령 '묵묵부답'
 
윤 대통령은 처가와 관련된 의혹·논란에 대해선 유독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 순방 중에 '명품 쇼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 변경으로 인해 김 여사 일가 특혜 논란이 제기됐을 때도 말을 아꼈습니다. 최근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 전문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의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 정황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서도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여론조사(7월17~21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5주차 42.0%를 기록한 이후 39.1%(7월1주차), 38.1%(7월2주차)에 이어 이번 주 36.6%까지 떨어진 겁니다. 부정평가도 이번 주 59.9%로 60%에 달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과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며 "정치는 기본적으로 책임정치인데,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 모든 현안을 법적 책임, 법적 영역으로 한정시켜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정치적 대결로 보고 사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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