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가 전날 있었던 ICBM 화성-18형 시험발사 장면을 13일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미가 북핵 위협 억제를 위해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고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을 한반도에 기항시켰지만 북한은 심야도 새벽도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미가 핵능력을 앞세워 '북한 정권 종말'까지 거론했지만 북한이 오히려 한미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미 확장 억제?…되레 '핵무기 사용조건' 언급한 북
합동참모본부는 25일 "군은 24일 23시55분경부터 25일 0시경까지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각각 400여km를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으며, 세부 제원과 추가 활동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분석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NCG 출범과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함의 제주 입항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 읽힙니다. 북한은 지난 18일 NCG 첫 회의 이후 3차례나 무력 도발에 나섰습니다. 지난 19일 3시30분경부터 3시46분까지 순안 일대에서 동행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22일에는 북한이 새벽 4시경부터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수발을 우리 군이 포착했습니다.
같은 달 20일에는 국방상 담화를 통해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부산 기항이 '핵무기 사용 조건'을 충족한다며 오히려 핵 위협을 강화했습니다. 한미가 북핵 억제력 강화를 논의하는 사이 북한은 '공세적 핵 법령 채택' 등으로 핵 선제공격까지 거론하며 대미·대남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한미는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한미는 '북한 정권 종말', 핵추진잠수함 추가 입항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는데, 한미의 강경대응이 이어지면 북한은 오히려 추가 도발을 강행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27일 전승절을 앞두고 북한은 군사력 과시를 극대화할 전망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수도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돐 경축행사가 청사에 특기할 대정치축전으로 성대히 진행되게 된다"고 예고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조국해방전쟁승리는 6·25전쟁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위대한 전승의 역사적 의의는 영원불멸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군사적 강세는 멈춤 없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유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경제보다 핵과 군사력에 집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입니다. 또 지난 5월부터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는데, 전승절을 맞아 새로운 무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번 전승절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훙중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의 방북도 예고돼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은 국경을 봉쇄했는데, 전승절로 중국 대표단에 국경을 개방한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의 군사대표단도 초청했습니다.
미국과 담판 짓기 나선 북…종속변수로 전락한 한국
북한이 중국에 국경을 개방한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에서 해·공군 연합 군사훈련을 갖고 공조를 강화했습니다. 중·러는 군함 10여척과 군용기 30여대를 동원해 '북부·연합 2023' 훈련을 24일 마쳤는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훈련이 제3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주요 지정학적 강대국이 역내 안보에 큰 위협을 가하는 시점에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미일 군사 공조에 대응하는 차원의 훈련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반면 한미일 3국은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다음 달 18일 한미일 3국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가지는데,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3국은 회담을 통해 북·중·러 견제 카드를 무력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문희정 국제정치 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관계에 있어 한국은 종속 변수에 불가해지고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내부 단속용이자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며 "한미일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정하는 대로 간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고 정부의 주체적인 부분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동해에서 벌어진 중러 연합훈련과 핵잠수함의 부산 기항에 대해서도 "한반도는 이용만 당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와 북한의 대결구도는 한반도 불안정 상태를 지속시키며 대화 루트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며 "현재의 국면들을 유연화시킬 수 있는 노력들을 해야 하는데, 트래비스 킹 이병 문제는 북미관계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고 남북관계도 유의미한 변화를 모색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