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극우적 인식에 대한 질타로 물들었습니다. 뉴라이트 학자인 김 후보자가 '김정은 정권 타도'와 '북한 붕괴론' 등을 내세운 만큼 야당에선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동관 대외협력특보의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이 두 달 가까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극우 유튜버 의혹 선 긋자…"장관 자리 위해 과거 부정"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진행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자료 제출 문제와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 태도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가족 검증과 정책 검증 자료에 대한 협조가 지나칠 정도로 안 되고 있다"고 했고,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김 후보자의 유튜브 채널을 다시 복원시킬 때까지 인사청문회를 연기하는 등 대책을 협의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요구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의 불분명한 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유튜브 관련 소요 비용을 요구하는 야당에 김 후보자는 "세무서에 충분히 신고했고, 제3자와 관련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야당은 "모든 게 제3자와 관련해 답할 수 없다고 하면 청문회가 무슨 의미냐"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교수 시절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는데, 해당 채널에서 그는 '북한 붕괴론'·'김정은 정권 타도론' 등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면서 곧바로 유튜브 채널을 삭제한 바 있습니다. 그는 유튜브 채널 삭제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답했습니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 임명 이후부터 청문회까지 김 후보자의 적절성과 통일부의 존재 가치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한다는 내용의 헌법 제4조와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는 정부조직법 31조에 대한 지적인데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이와 배치된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과거 발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헌법 제4조에 명시된 분명한 가치와 원칙에 따라서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우리 주도적으로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부정한 과거 발언과 강압적 대북론에 대해서도 "역대 정부의 통일 정책을 학자 차원에서 지적한 것"이라며 "정부에 만약 들어가게 되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전해철 의원은 "성립되지 않는 주장"이라며 "장관은 후보자가 이전에 가졌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다. 장관이 되기 위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사상까지도 부정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동관 미루다 김영호까지…엎친 데 덮친 격
야당에선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결과, 통일부 장관으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합니다. 김 후보자가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자료 제출을 미흡하게 하고, 그간의 저서와 유튜브 발언이 집중 질타 대상이 됐는데 통일부의 설립 목적과 김 후보자의 정체성은 괴리가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도 고위직 인사를 임명해 왔습니다. 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원희룡 국토교통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한동훈 법무부·김현숙 여성가족부·이주호 교육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김창기 국세청장·윤희근 경찰청장·김승겸 합참의장·김주현 금융위원장·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그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윤 대통령의 부담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때문입니다.
이 특보가 유력하게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거론된 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은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지명을 미루고 있습니다. '자녀 학폭 은폐' 논란과 '방송 장악' 논란 등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7월 말 8월 초 임명설이 유력했는데, 그 시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청문회에서 '뉴라이트' 성향의 김 후보자의 정체성이 증명되면서, 윤 대통령의 부담은 가중된 모습입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특보에 대한 방통위원장 임명까지 더해져 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