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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면죄부…법조계 "유사사고 공직사회 영향 우려"
'재난안전법' 위반 사항 없어…"다중밀집사고 예상 어렵다"
입력 : 2023-07-25 오후 5:11:37
 
 
[뉴스토마토 김하늬·김수민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75년 헌정사 처음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헌법재판소의 문턱은 넘지 못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청구가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되면서 면죄부를 받게 된겁니다. 
 
재판관들은 이상민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거나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국정조사 과정 등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헌법재판소는 25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269일만에 나온 결정이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때로부터 167일 만입니다. 
 
탄핵소추가 기각돼 업무에 복귀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난안전법' 위반 사항 없어…"다중밀집사고 예상 어렵다"
 
이번 탄핵소추안의 핵심 쟁점은 이상민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부적절한 사후 발언이었습니다. 헌재는 사전 예방조치와 사후 재난대응 면에서 "헌법을 비롯해 재난안전법, 재난안전통신망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모두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이상민 장관이 이 사건 참사 발생 전에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참사를 앞두고 핼로윈 축제에 인파는 예상했으나 다중밀집사고 자체를 예상하긴 어렵다"며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등이 다중밀집사고의 위험성을 행안부에 별도로 보고하지 않은점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에게 구체적 예방 조치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난안전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참사 사후 조치와 관련해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거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골든타임 지났다" 발언 등은 지적…전문가들 "면죄부 결정 후폭풍 여지남겨"
 
다만 일부 재판관들은 핼러윈 참사에 대한 이상민 장관의 대응 및 발언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거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별개 의견을 냈습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이 장관이 약 85분에서 105분 가량의 시간을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해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켰으므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며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행위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즉 이런 잘못이 이상민 장관을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는데 동의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법리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주무 부처 장관에게 법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결정이 훗날 후폭풍을 일으킬 여지를 남겼다는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에서 '무리한 탄핵을 추진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탄핵이 기각된 것과 탄핵 제기의 정당성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상민 장관에 대한 책임을 정치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을 때 하지 않은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윤미 변호사 또한 "주무 부처 장관에게 법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결정이 아쉽다"며 "이러한 면책이 훗날 유사 사고에서 공직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대 탄핵심판 역사는…국무위원 첫 심판 기각 마무리
 
지금까지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국회를 통과한 경우는 이상민 장관을 포함해 총 4건입니다. 헌재에서도 탄핵이 인용된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시도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폐기 또는 부결됐습니다. 국회법 130조2항의 본회의 보고 이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 규정 때문입니다.
 
2015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제출됐지만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습니다. 홍남기 전 부총리는 2019년 12월에 두 차례, 2020년에 한 차례 모두 3차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기한 경과로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2020년 1월에 탄핵소추가 발의됐지만 기한이 지나 폐기됐고, 2020년 7월에 다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실제 표결까지 갔지만, 찬성 109표 반대 179표 무효 4표로 부결된 바 있습니다.
 
국무위원에 대한 헌정사상 첫 탄핵 심판은 이상민 장관의 기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탄핵 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이 장관은 즉시 장관 직무에 복귀했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기각결정 후 곧바로 
서울 강남구 자택을 출발해 충남 청양군 지천 일대 수해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하늬·김수민 기자 hani4879@etomato.com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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