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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상생금융,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입력 : 2023-07-28 오전 8:00:00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상생금융입니다. 연초 은행들이 이자 장사 비난에 대한 나비효과가 전 금융권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이어졌는데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방문하는 금융사에서는 수천억원 단위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이 원장이 지난 3월~5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잇따라 방문했고, 이들 은행은 총 8000억원에 이르는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내놨습니다. 이 원장의 행보는 2금융권으로 이어졌는데요.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신한카드까지 총 1조8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내놨습니다.
 
금융사들이 줄줄이 금융지원책을 내놓은 시점이 금감원장의 현장 방문 날짜와 겹친다는 점을 보더라도 금융사들이 상생금융에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당국의 개입을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문제 삼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요. 금감원에서도 감독원장이 금융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다거나 관치가 거세다는 표현에 대해 괘념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수장의 행보에 맞춰 금융사들이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으니 당국 입장에서는 체면을 세웠고 금융사의 이자장사를 비난하는 여론을 보더라도 애써 부인할 필요가 없겠지요. 상생금융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박수받을 일입니다. 특히 과도한 '이자장사'라는 비판에 직면한 금융사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다만 국민 체감도와 지속성이 문제입니다. 금융권을 통 틀어 최대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놓은 현대카드를 보겠습니다. 현대카드는 현대커머셜과 함께 6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익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자산 규모 등이 월등히 큰 은행들도 1000억~2000억원대의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놓았는데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들이 가계·기업에 돌아가는 실질적인 금융비용을 추정해 지원 금액을 산출했다면 카드사들은 총 지원 한도 기준으로 상생금융 규모를 발표했는데요. 당국이나 카드사들 역시 실현 가능한 금액이냐 따져 물으면 물으면 목표금액으로 알아달라는 말 뿐입니다.
 
카드사들의 상생금융 지원책의 시행 기간이 최대 1년인 점을 감안하면 고객들이 실제 체감하는 규모는 발표한 금액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가 내놓은 금융지원 규모도 지난해 거둔 당기순익보다 큽니다.
 
금융사들이 내놓은 상생금융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 측면에서 박수받을 일입니다. 금액 부풀리기 논란이 있지만 카드사나 보험사의 경우 어려운 업황 속에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 분명합니다. 당국이 인위적으로 눌러놨던 대출금리는 용수철처럼 다시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계속 되고, 새마을금고 사태 등 대내외 변수가 즐비한데요. 이자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한계 차주와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과제입니다. 금감원장의 상생금융 행보, 금융사의 선물보따리라는 수식어가 공허한 말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상생금융이 개별 금융사의 지원으로 그쳐서는 안되겠습니다.
 
이종용 금융증권부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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