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했지만 국내 업체들의 신약 개발은 주춤하고 있습니다. 신약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은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정부 지원을 늘리고, 약가 제도 보완으로 신약 개발 동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약 허가 품목 중에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품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까지 신약 허가 소식이 없는 만큼 연내 신약 품목허가를 받는 의약품이 없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국산 신약은 지난해 대웅제약이 내놓은 당뇨병치료제 '엔블로정'입니다. 같은 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예방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도 국산신약 35호로 품목허가를 획득했습니다.
신약 개발은 롱텀 베이스라 경향성을 찾기 어렵지만 우선 시기적으로 코로나19로 임상피험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일정이 지연된 것이 공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대부분 피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진행하는 임상 연구 방식인데, 원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임상시험을 포함한 연구도 한동안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기전도 국내 신약 등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현재 국산 신약 약가우대 정책이 별도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 시점에서 이미 낮아진 국내 약가가 기준이 돼 아예 처음부터 해외 직진출로 발을 돌리게 한다는 것이지요.
SK바이오팜(326030)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낮은 약가 책정 등의 문제로 미국과 유럽시장에 우선 진출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약가 제도 개편을 통해 과도하게 평가절하된 신약 가치를 제고해 개발 유인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과거 제약·바이오사들이 신약 개발보다는 복제의약품(제네릭) 영업에만 열중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R&D 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올해 1분기 주요 제약바이오사들을 살펴보면 SK바이오팜은 매출의 78.4%를 연구개발비로 썼고,
부광약품(003000) 19.6%,
일동제약(249420) 18.9%,
대웅제약(069620) 18.3%, 셀트리온 17.8% 등으로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매출 대비 R&D 비율은 높아졌지만 비용 자체로만 놓고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대비 부족한 수준입니다. 신약 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약가제도 개편과 함께 현재보다 큰 규모의 정책자금이 집중적으로 투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산업계, 학계, 연구원에 골고루 뿌리듯이 기계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내 신약 개발 활성화를 위해선 파이프라인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갖춘 산업계 쪽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R&D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데, 기초 사업에 집중하되 산업계 지원 연계가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메가펀드 결성이 잘 이뤄지고 자급 집행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대웅제약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 (사진=대웅제약)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