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용마고 투수 장현석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참가 대신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겁니다.
장현석 선수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고교 최대어였습니다. 지난주 청룡기 8강전에서 최고 시속 155km의 강속구에 삼진 14개의 괴력투로 탈락하고도 가장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키 190cm, 몸무게 90kg의 건장한 체격에 150km대 후반의 강속구와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가진 장현석 선수입니다. 그야말로 초고교급 투수로 꼽힐 만합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마산용마고와 광주진흥고의 경기. 마산용마고 장현석 선수가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다음 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는데요. 역대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 첫 고교생 국가대표입니다. 이 때문에 전체 드래프트 1순위의 순번을 갖고 있었던 한화이글스의 팬들은 장현석 선수의 드래프트 참가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드래프트만 참가한다면 장현석 선수가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하는 것은 확실시됐습니다.
하지만 장현석 선수의 선택은 메이저리그행이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빅리그 도전하기로 한 겁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소 3개 이상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장현석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저는 장현석 선수의 빅리그 도전을 응원합니다. 더 큰 물에서 활약하겠다는 장현석 선수의 의지는 높이살 만합니다.
그러나 제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 리그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메이저리그행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빅리그에 진출했던 선수들을 보면 역대 성공 사례는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 선수 정도입니다. 이외 선수들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국내 무대에서 뛴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본이 부럽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 선수들 대부분 먼저 자국 리그에서 활약한 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경우입니다. 오타니 쇼헤이, 스즈키 이치로 등 일본의 유명 야구선수들은 대부분 자국리그를 거치고 빅리그에 도전했습니다. 특히 LA에인절스의 투수 오타니 쇼헤이 선수는 일본 니혼햄 파이터즈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일본 리그를 정복한 후 미국행을 선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오타니 사랑은 남다릅니다. 일본 리그에서 뛰다 갔기 때문에 더욱 애정이 깊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초고교급 선수, 이른바 고등학생 괴물 투수, 괴물 타자가 등장하면 어떻게든 자국 리그에서 먼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고 합니다. 일본 구단 뿐만 아니라 일본 언론들도 함께 나섭니다. 이 때부터 '슈퍼스타 만들기'가 시작되는 겁니다. 국내 리그를 정복하고 해외 리그에 진출하는 슈퍼스타의 스토리, 일본 국민들이 좋아하는 만화인 '메이저'의 주인공 시게노 고로의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투수 류현진 선수가 대표적입니다. 한화에서 뛰며 한국 리그를 정복했고 이후 빅리그로 가서 훌륭한 성적을 거뒀죠. 한화 팬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야구 팬이라면 모두 류현진 선수를 응원합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뛰는 동안 류현진 선수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기 때문이겠죠. 향후 등장할 한국의 초고교급 선수들이 한국 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