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실9, 일반 성인 남성분이 맞는 거면 19만원이에요. 3번 맞으셔야 하니 60만원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학원 재학 시절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의 권유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을 위해 경기도 한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에 전화를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3만5000원으로 맞았던 독감 백신을 생각했던 저는 "다음에 다시 전화드리겠다"는 거짓말을 하고 핸드폰을 내려놨습니다.
아무래도 부모님은 가격은 알아보지 않고 전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여성에게는 무료로 지원한다고 하니 "비싸 봐야 얼마나 비싸겠어"라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학비까지 내며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지출하기에는 부담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싼 값에 가다실9를 맞을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고 다녔던 기억이 아직 새록새록 납니다.
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라고 꼭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항문암, 두경부암, 구인두암은 남녀를 불문하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HPV는 자궁이나 구강 안쪽, 피부 표면에 난 사마귀 등을 통해 전염이 가능한 전염성 질환이라는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HPV로 인한 암 질환은 백신을 접종할 경우 90% 이상 예방이 가능합니다. 세계를 통틀어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 HPV 백신입니다.
정부는 12~17세 여성 청소년에게 서바릭스(HPV 2가), 가다실(HPV 4가) 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도 무료로 백신을 맞춰줍니다.
HPV는 성관계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음에도 남성은 여전히 비싼 값을 치르고 맞아야 합니다.
지난 3월 질병청은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을 여성 청소년부터 12세 이상 남자 청소년까지 확대하기 위한 비용·효과 분석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가다실 9가 보험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며 국민들의 백신 접종에 '가성비' 잣대를 들이미는 정부가 아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