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병원 내 마스크 의무 완전 해제 등 추가 방역 완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 마스크 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6만명 수준으로 폭등하고 사망자 수도 한 주 만에 70%가량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보면 확진 환자 발생 추이는 최근 5주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증·사망자 수도 증가세로 돌아선 모습입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총 31만8706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7월25일 5만814명, 26일 5만7204명, 27일 5만1243명, 28일 4만8075명, 29일 4만8203명, 30일 4만4765명, 31일 1만8386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4만5529명입니다. 특히 지난달 26일 하루 확진자 수는 5만7220명을 기록했습니다.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이후 6개월여 만입니다.
6월까지 하루 평균 1만명 수준을 유지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월에 들어서며 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7월 2주 2만7955명, 7월 18~24일 3만8809명, 7월 25~31일 4만5529명으로 5주 연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1만명씩 증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8월 1주부터는 확진자 수가 6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질병청 "여름철 재유행 대책 발표할 것"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또는 사망자 등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사망한 환자 수는 97명으로 직전 주 57명보다 40명 늘었습니다. 지난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40~50명대 수준의 사망자가 나왔지만, 지난 한 주 만에 70%가량 크게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위중증 환자도 174명으로 6월 마지막 주 110명에서 7월 1주 117명, 7월 2주 12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당분간 유행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나, 현재 의료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며 "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지속된 면역 유지 기간을 고려했을 때 연간 1~2회의 소규모, 중소규모의 유행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 빠른 확진자 증가세를 고려해 향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고위험군 보호에 중점을 둬서 관리할 계획"이라며 "여름철 재유행 대책도 준비해서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보면 확진 환자 발생 추이는 최근 5주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발생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일선 종합병원 '탈마스크' 기대·불안 공존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입니다. 개정안은 오는 3일까지 기관, 단체, 개인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합니다.
현재 코로나19는 결핵, 홍역, 콜레라, 장티푸스 등과 함께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하며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의미하는 2급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를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할 방침입니다.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하향될 경우 입원 환자가 있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감염 취약 시설에만 남아있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될 예정입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를 벗는다는 기대감과 감염에 대한 불안함이 공존하는 모습입니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종합병원 간호사 채모(28)씨는 "마스크를 끼고 환자를 보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답답해 벗고 싶을 때가 많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면서도 "코로나19 환자를 아직 격리하는 것을 보면 병원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경기에 있는 한 종합병원 기획실장 박모(39)씨는 "원내 감염관리실에서 별도의 마스크 착용 지침이 내려오지 않는 이상 행정직원들은 마스크를 벗기를 원한다"면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경우 환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부탁할 수는 없겠지만, 환자를 직접 보는 의료진과 간호사들은 스스로 마스크를 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염병 등급 낮춰도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전문가들은 병원 마스크 의무를 폐지하더라도 고령층 등 고위험군과 확진자 발생 빈도가 높은 인구 집단·장소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팍스로비드 등 항바이러스제 투약 기준을 완화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사망자는 60세 이상 고령자에 집중돼 있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병원급 이상 입원 환자를 케어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스스로 자체 규정을 만들어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조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반 감염병 수준으로 등급을 낮추는 것은 맞지만, 발생 빈도가 높은 인구 집단·장소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방역 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도 "언제까지고 마스크를 쓸 순 없다. 착용 의무 해제는 필요하다"면서도 "병원 특성상 환자·보호자 동선이 섞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방역 완화 진도를 나가며 생길 수 있는 문제점, 생기는 문제들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 내에서 마스크를 해제하게 될 경우 당연히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커진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분은 물론 감염 경험이 있더라도 면역이 안 좋은 환자는 재감염에 위험이 있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병원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싶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 병원 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는 것과 동시에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 투약 기준을 낮춰야 한다"며 "임상 연구에 의하면 항바이러스제 조기 투여 시 중증·치명률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보면 확진 환자 발생 추이는 최근 5주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코로나19 검사 받는 시민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