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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조회
입력 : 2023-08-03 오후 7:21:27
초등학교에 다닐 때 월요일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조회를 했습니다. '애국조회'라고 불렸던 그 조회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열맞춰 서서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 시간이었는데요. 
 
5~6월 날씨가 더워질 때면 아침시간이라고는 해도 땡볕에 서 있는 게 힘들었어요. 어릴 적 기억이지만 '도대체 여기서 왜 이걸 하고 있나?'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조회 진행 중에 힘들어서 양호실로 가는 학생들도 몇 번 본 기억이 있네요. 
 
초등학생 이후로 한 적도 없는 애국조회를 얼마전 새만금에서 떠올렸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에 며칠 전 다녀왔는데, 그날 현장을 보면서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합동 야영 대회인데요, 전세계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이 행사가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다는 것에 뿌듯한 마음도 잠시, 막상 현장을 보니 '내 아이를 여기 보낼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 (사진=뉴스토마토)
 
새만금 간척지의 넓은 부지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있었는데, 정작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막이나 휴게공간은 없었습니다. 실내 건물은 차로도 몇 분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있었고요. 제가 새만금에 간 날도 한 낮 온도가 33도를 웃돌았는데, 과연 이 장소에서 아이들이 열흘 넘게 지낼 수 있을까 싶더군요. 행사 관계자는 스카우트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이 도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야외활동도 기꺼이 해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른의 눈에는 그럴 만한 기온도,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한편으로 행사장 내에서 꽃을 심고 야영장 일대를 정비하고 계신 분들을 볼때는 부안군을 포함해 이 행사를 위해 노력해온 지자체, 조직위 등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행사가 잘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고속도로에서 부안군에 진입할 때부터 이곳저곳에 걸린 현수막을 보면서 이 행사와 부안군을 알리기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이 공들였겠구나 싶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잼버리에서는 개영식에서부터 수십명의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폭염속에서 일정을 강행하다보니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쓰러지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데요, 중증이든 경증이든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대회 진행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겠죠. 
 
개영식이후 현재의 상황은 예견됐던 사고이기도 합니다. 지난달부터 이미 고온이 지속됐고, 8월에도 한낮 기온이 높아 열대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내일도 체감온도가 35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기대하고 온것은 한국에서 전세계 친구들과 함께하는 야영 대회지 폭염 속 생존 체험은 아닐 겁니다. 그들뿐인가요, 이 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년간 준비해온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조직위에서도 대회 일정을 수정하고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더 이상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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