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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만에 나온 에코프로 리포트…뚝심있는 '매도' 의견
지주사 에코프로…적정 가치보다 현재 시총 높아
입력 : 2023-08-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지난 4월 급등 중이던 에코프로(086520)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애널리스트가 다시 매도 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해당 종목의 주가 변동성 확대와 별개로 뚝심있는 애널리스트의 의견이 잇따라 나오면서 매수 일변도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문화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석달여 만에 증권가에서 에코프로 기업 분석 리포트가 발간됐습니다. 지난 4월 12일 에코프로에 투자의견 매도로 하향 조정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낸 리포트입니다. 증권가에서 흔치 않은 매도 리포트가 재차 발간돼 시장은 주목했습니다.
 
에코프로 기업 분석 리포트 (자료=하나증권)
이번 리포트에서 김 연구원은 투자의견 매도, 목표주가 55만5000원을 제시했습니다. 김 연구원이 매도 의견을 유지한 이유로 기업 가치를 꼽았습니다. 에코프로는 지주회사인데요. 통상 지주회사는 지배하는 자회사들에게 받는 배당금이 주 수입원입니다.
 
김 연구원은 "지주사 에코프로 기업가치의 70% 이상은 에코프로비엠으로부터 창출된다"며 "에코프로의 적정 가치는 14조3000억원으로 도출된다. 현재 시총 31조3000억원을 감안, 투자의견 매도를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연구원은 3개월 전에도 매도 리포트를 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현재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며 "위대한 기업이지만 현재 (가격에서)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를 1조2813억원 순매수 중이었는데요. 투자자들은 매도 의견을 낸 김 연구원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시세조작을 하고 있다"는 악의적 게시글까지 나올 정도였는데요. 금융감독원에까지 민원을 내 금감원은 김 연구원에 서면 질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매도 리포트를 냈다고 해서 서면 질의를 했단 것에 대해서 우려의 시선도 나왔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도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에 금감원이 서면 질의를 함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에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았던 부분을 꼬집던 행태와 반대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5월을 마지막으로 에코프로 기업 분석 리포트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선 주가가 폭등하자 증권사들이 사실상 분석을 포기한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달 리포트가 나오기 전까지 세달 간 에코프로는 126.9% 상승했습니다.
 
증권가에선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서도 과열된 주가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5월 에코프로비엠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 한 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요. 지난 4일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를 상회하는 기업 가치를 지적했습니다.
 
한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과 지주사 에코프로의 합산 시총은 70조원이고 고객사인 삼성SDI(006400)SK이노베이션(096770)(SK On)의 합산 시총은 63조원"이라며 "배터리 셀 업체 대비 양극재 업체의 기업가치가 더 큰 것은 설명할 요인이 별로 없다. 수급에 의한 양극재업체들의 과도한 주가 상승이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에코프로 형제에 대한 고평가 목소리는 최근 꾸준히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 키움증권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자사 개인 고객의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월별 매수·매도 수량과 평균 단가를 집계했는데요. 에코프로의 지난달 평균 매수단가는 100만93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에코프로는 지난달 10일 장중 100만원을 돌파한 이후 18일부터 종가 기준 100만원선을 넘어섰습니다. 즉 개인들이 에코프로가 100만원대에서 거래된 18일부터 25일간 매수를 이어간 것이죠. 남들로부터 소외돼 있다는 생각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제껏 수급의 논리로 주가가 변동성을 보였지만 기업 가치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의 논리, 성장성의 논리로 접근했을 땐 주가가 상승했다"며 "2분기 실적이 나오고 3분기 실적에 대한 예상도 가능한 상황에서 고평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으니 밸류에이션을 더 염두해야 한다. 또한 최근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은 성장주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 한해 뜨거웠던 2차전지 업종이 어느정도 주가가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거는 리포트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금감원에서도 매도 리포트에 대해 언급한 상황에서 증권사들도 이 기회에 매도 리포트를 더 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매수 일변도의 보고서 분위기에서 매도 리포트도 내는 등 자유로운 투자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더욱 성숙하고 한 단계 더 발전된 자본시장 형성에 계기가 되는 이벤트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에코프로 (사진=에코프로)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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