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다"고 밝혔습니다. 1945년 8월15일 광복 전 독립운동 시기를 사실상 대한민국 건국 이전 상태로 규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MB정부 건국절 논란…재연 땐 '이념 전쟁'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와 유족 초청 오찬 자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단순히 일제로부터 빼앗긴 주권을 찾는 것만이 아니었다.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의 독립운동은 우리 민족을 넘어서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도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우리의 독립운동은 빼앗긴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도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경제발전과 산업화, 민주화로 계속 이어졌다"며 "이제는 우리의 독립정신이 국제사회에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으로 계승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건국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11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보는 시각을 부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만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15일'이 실질적인 건국일이라는 의미로, 뉴라이트계 역사관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2008년 출범 직후 '건국60년' 기념사업을 추진했는데, 윤석열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008년 펴낸 저서 제목도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김영관 애국지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만 건국론'에 연일 불 지피는 정부
최근 정부는 건국절 논쟁에 군불을 때고 있습니다. 국가보훈부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에 나섰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향후 '건국절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날 오찬에서 윤 대통령이 이종찬 광복회 회장에게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을 도와달라는 뜻을 전했고, 이 회장도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 회장은 지난 1일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인사말을 통해 올해가 '대한민국 105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한편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유공자와 유족 158명을 초청했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광복군이자 6·25 참전 용사 출신인 김영관 애국지사를 모시고 오찬장에 함께 입장했습니다. 김 지사는 참석자 대표로 감사의 뜻을 전하며 "광복회 회원들도 심기일전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독립운동 후손들은 다르다, 이런 얘기를 듣게끔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