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SPC 계열사에서 또 다시 근로자가 사고를 당하면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SPL 사망 사고 이후 중재대해처벌법을 가까스로 피했던 허 회장은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같은 사고가 나면서 책임 소재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경기도 성남 샤니 제빵 공장에서 근무 중이던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반죽 기계에 끼여 중태에 빠졌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10월과 지난달에도 근로자들의 끼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1년 새 3번의 사고가 반복된 겁니다.
SPL 사망사고에도 중처법 피한 허 회장
이 공장은 상시 노동자 50명 이상 근무하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입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또는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적용됩니다.
SPC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 공장에서는 지난해 10월 사망 사고도 있었습니다.
당시 유족은 허 회장 등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각각 고소했습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허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근로자의 사망 사고 당일에도 공장이 가동된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 운동까지 일어날 정도로 국민들의 공분이 컸던 사건이지만, 허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경기지청이 허 회장에게 직접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용노동부는 SPL이 별도 법인이라 SPC그룹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결국 경찰과 경기고용노동지청은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허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SPC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안전 확충을 위해 3년 간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표그룹과 비교해보니…"실제 경영 관여도 중요"
허 회장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삼표산업 양주사업장에서 발생한 채석장 붕괴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위한 혐의로 지난 3월 기소됐습니다. 이는 최고안전책임사(CSO)가 따로 있어도, 처벌 대상은 실제 의사 결정을 누가 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허 회장은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샤니의 지분 약 70%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지분이 곧 경영 책임자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허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지 따지려면 그가 샤니에서 실질적인 경영 관여도에 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합니다. 삼표산업 사건은 그룹 회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어떻게 좌우되는지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주식회사에서 최대 주주는 대표이사 등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맞지만 그게 실제 경영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라며 "허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지 따져보려면 SPC그룹이 거느리는 여러 계열사에서 그가 얼마나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SPC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 참여한 시민이 SPC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