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원 줄 서야지, 어서 일어나."
지난 주말 딸내미가 밤새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병원에 가야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8시 20분, 집에서 자는 사람을 깨워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자주 가는 이비인후과 환자가 넘쳐나는 탓에 미리 가서 줄을 서지 않으면 2시간 이상 대기가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이 병원은 앱으로 미리 접수할 수 있는 '똑닥' 같은 앱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병원이 문을 열기도 전(8시 반)에 가서 문 앞에서 줄을 섭니다. 진료 시작은 9시인데, 8시반에 병원 문이 열리고 그때 진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습니다. 선착순으로 진료를 보게되는 셈이죠. 이름을 쓰고,순서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지만 목록에 이름을 올려둔 후 볼일(?)을 보고 오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진료를 기다리다보면, 순서가 뒤로 밀리는 일도 잦습니다. 딸 이름은 10번째로 목록에 올라갔습니다. 9시 10분에 병원에 도착했고,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그 닭강정. 초토화되어있다. (사진=이보라 기자)
2. 친정에 가면 먹게 되는 닭강정이 있어요.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친정에만 가면 생각나는 그것(?)입니다. 오래되고 맛있기로 유명한 닭강정집인데요. 이곳 역시 '**의 민족', '**요' ,'*팡이츠' 같은 배달앱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닭강정집 전화번호를 검색해 손수 전화를 겁니다.
"여기 ~~~동~~호 인데요. *** 순한 맛 대(大)자 하나 가져다 주세요. 얼마나 걸려요? #@#$@$"
전화주문을 꺼리는 이들이라면 생소할 법한 주문을 읊어봅니다. 하루는 평일 저녁에 주문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휴가를 갔나보다 했습니다. 별다른 안내도 없습니다.
이런 불편을 왜 감수하냐고요? 물론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동네의 그 이비인후과는 그 어느 곳보다 상세하게 증상을 물어보고 친절히 응대해줍니다. 대기실에 수십명이 기다린다 하더라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사소한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주는 의사 선생님이 있어요.
닭강정은 어떻고요. 도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하고 탱글탱글한 닭살이 달콤 바삭하지만 얇은 껍질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고구마튀김도 별미거든요. 성인 3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대(大)자가 22000원 정도라 두 가지 맛 닭강정을 시켜도 유명 프랜차이즈의 절반 가량에 불과합니다. 배달비(2000원)까지 합쳐도 쌉니다.
이들은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자신들의 경쟁력만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의료)소비자들의 편의 증대도 중요하지만요. 편리함만 추구하다가 본질을 놓쳐버리는 일을 적지 않게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의사가 환자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증상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품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이들의 경쟁력일 것입니다. 어느 분야에서건 본질이 중요합니다. 화려한 포장에 매몰되어, 본질을 잃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