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전략은 2차 결선투표에서 1위에 오르는 겁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의 득표로 부산엑스포 유치를 확정 짓기에는 여건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엑스포 유치전은 한국의 부산,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의 로마 등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쟁국은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막강한 '오일머니(석유자본)'를 앞세워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6월20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영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에펠탑 주변에서 '리야드 2030' 전시회를 열고, 파리 택시엔 '리야드 엑스포 2030' 광고를 게시했습니다. 특히 엄청난 재력으로 글로벌 정·재계에 영향력이 상당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일주일간 프랑스를 방문해 BIE 고위 관리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엑스포에 78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정부도 이탈리아를 지지하는 국가를 상대로 2차 투표에서 표를 가져오기 위해 물밑에서 각국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선 이탈리아로 향하는 1차 투표 표심 가운데 2차 결선투표에서 한국으로 넘어올 표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옵니다.
다만 이 모든 시나리오는 한국이 2차 결선투표까지 올라갈 수 있을 때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3위를 기록한다면 이 모든 전략과 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부실운영 논란이 벌어지면서 부산엑스포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신에서도 부산엑스포 개최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은 수십 년 동안 글로벌 행사를 개최하며 선진국들 사이에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 일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엑스포, 월드컵, 올림픽으로 구성된 세계 3대 행사를 개최하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개최국 선정이 몇 달 남지 않은 2030세계엑스포는 국가적 우선순위인 행사"라고 전했습니다.
2030년 엑스포 개최지는 올해 11월 말 총회에서 179개 BIE 회원국 투표로 최종 결정됩니다. 투표 결과가 3위로 나타난다면 윤석열정부에 주는 부담은 상당할 전망입니다. 2위를 기록한다면 '어차피 어려웠는데 애썼다'는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3위에 그친다면 정부의 유치 전략과 계획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우선 잼버리 운영 논란을 불식시키고 대회 마무리를 잘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