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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D 털어낸 증권사, 하반기 전망도 일단 맑음
주요 증권사, 대규모 충당금에도 2분기 선방
입력 : 2023-08-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에 따른 충당금 확대에도 실적은 지난해보다 성장했습니다. 올 들어 증가한 거래대금이 하반기에도 유지된다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IB(투자은행) 분야 둔화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충당금 규모 가장 큰 한투, 실적 성장세 뚜렷
 
표=뉴스토마토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10대 증권사의 CFD와 부동산 PF 관련 손실 등에 대비해 쌓은 합산 충당금 규모는 약 4508억원으로 집계됩니다. 가장 많이 쌓은 곳은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었는데요. 하나증권은 1000억원 가량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에 별도기준 신용손실충당금 989억원을 쌓았습니다. 
 
키움증권은 별도기준 상반기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914억원 쌓여 있습니다. CFD 관련 충당금을 대폭 쌓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1분기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114억원이었습니다. 2분기에만 800억원이 미수금 대손충당금으로 적립된 것입니다.
 
NH투자증권은 반기보고서상 별도기준 신용손실충당금을 2분기에 200억원을 적립했고 대신증권은 CFD와 PF에 대한 충당금을 2분기에 쌓지 않았습니다. 이외 증권사들도 금융투자업계와 증권사 리포트 등에 따르면 삼성증권(650억원)·메리츠(314억원)·미래에셋(220억원)·신한투자(205억원)·KB(130억원) 순으로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주요 증권사의 충당금 규모가 4500억원을 상회함에도 실적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10대 증권사 중 2분기 실적을 발표한 9개 증권사(메리츠증권 제외)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321억원입니다. 지난해 2분기 976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5.75% 증가한 규모입니다. 충당금을 쌓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보면 단순 계산으로 1조4515억 가량의 합산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옵니다.
 
증권사별로 적립 규모 상위권인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가파른 실적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2분기 당기순이익 741억원에서 올해 2분기엔 18.07% 늘어난 169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충당금을 제외하고는 브로커리지나 IB 등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습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충당금을 적립했지만 당기순이익은 각각 1826억원, 1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68%, 57.12% 증가했습니다.
 
순이익이 감소한 증권사는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입니다. 하나증권은 지난 2분기 48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미래애셋증권과 대신증권은 CFD를 취급하지 않아 충당금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지만 실적은 감소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1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03% 감소했는데요.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해외 부동산 등 평가자산 손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증권은 708억원으로 같은 기간 26.63% 줄어들었는데요. 지난해 2분기 나인원한남 등 매각으로 일회성 이익이 발생한 여파로 풀이됩니다.
 
3분기 거래대금 증가세
 
CFD 및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에도 증권사들이 전년 대비 순이익이 성장한 이유로 거래대금 증가가 꼽힙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3781억원입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9% 증가했습니다. 2차전지를 필두로 국내 증시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하반기 들어서도 거래대금의 증가세는 이어지는 중입니다. 지난 6월 19조1271억원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27조215억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는데요. 이번달에도 11일 기준 25조1173억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CFD 충당금은 2분기에 대부분 털어버린 만큼 추가적으로 누적되는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금융지주·삼성·키움·NH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의 이번 3분기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8484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3분기(5308억원)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투자 중개는 증권사에게 중요한 사업 부문"이라며 "거래대금이 많이 증가했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위탁중개수수료 수익을 많이 벌어들인 영향이 2분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분기에도 이 부문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거래대금"이라며 "3분기에도 현재까지 거래대금이 상당히 잘 나오고 있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괜찮게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증권업계는 아직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의 주요 성장 동력 기능이었던 IB 부문은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인한 신규 딜 감소 등 영업기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신평은 "신규 딜 감소로 인한 수수료 감소 효과와 대손충당금 설정에 따른 비용 요인 등이 증권업 전반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안 연구원은 "하반기 부동산 PF 충당금이 추가로 적립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충당금을 쌓는 것 이외에도 PF 딜이 많이 줄어 들어서 주관 수수료 수익을 못받는 상황이 존재했고 채무보증수입수수료가 부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원은 "중소형사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가 취약, 즉 부동산 금융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며 "대형사는 IB라고 해도 ECM, DCM 등 전통적인 시장이 있는데 중소형사는 이런 시장에서 영업력이 없다 보니 부동산에 의존도가 높아 비교적 위험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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