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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변호사 "법원, 정부 제3자 변제안 기각은 당연"
"정부 방식 '무효' 확인"
입력 : 2023-08-16 오후 4:14:43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공탁을 불수리했습니다.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법'이라며 밀어붙인 '제3자 변제'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전주지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법원 공탁관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는 곧 법원이 채권자, 즉 피해 당사자나 유족 동의 없는 제3자 변제나 제3자 공탁을 '무효'로 인정한 셈입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라포의 김정희 변호사는 "판결문이나 결정문을 볼 때 정부의 방식은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이번 판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원 결정, 정부 공탁 '일방통행' 확인"

앞서 전주지법은 정부의 공탁 신청에 대해 '서류 미비'와 '피공탁자의 적극적 반대 의사 표시' 등을 이유로 두 차례 불수리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정부는 제대로 된 검토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 공탁을 했다"며 "이번 법원 판단은 정부의 공탁이 준비 없는 '일방통행'이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민법 제496조에 근거해 정부의 이의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민법 469조(제3자의 변제) 1항에 따르면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돼있습니다. 같은 조 2항은 "이해관계없는 제삼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제3자 변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결국 채권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는 게 법률가들의 일관된 이야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일을 진행한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녀 이고운씨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요한 사죄…남은 사건에 영향 미칠 것"
 
피해자와 유족들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의 핵심이 결국 일본의 '사죄'로 귀결된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 또한 "채무자(일본 기업)가 배상해야 할 손해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라며 "채무자에게 제재를 부과함과 동시에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현저히 큰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 중 일부는 돈이 급하거나 다른 이유로 변제를 받고 있지만 사실 그분들의 마음도 돈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제3자 변제에 반대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전범기업들이 사실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전주지법의 판결은 현재 남아있는 광주지법 등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변호사는 "전주지법의 판결이 민법 469조의 해석에 맞아떨어진다"며 "이 판결이 맞다면 다른 법원도 똑같은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외교부는 항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는커녕 서로 법적 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은 피해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법률적 다툼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평생 다퉈왔던 일본 전범기업 혹은 일본 정부와의 다툼을 왜 우리 정부가 가로막고 싸움을 걸어놓는지 자괴감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특별현금화 명령 승소…대법 최종 판단 촉구
 
피해자 측은 전주지법의 제3자 변제에 대한 공탁 불수리 결정으로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특별현금화 명령)에 대한 대법원을 최종 판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정부가 대법원에 진행되고 있는 특별현금화 명령의 재항고심에서 제3자 변제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니 재판을 늦춰달라는 의견서를 냈다"며 "이번 전주지법에서 정부의 공탁은 법적으로 무효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대법은 이제 판결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15명에게 배상금에 해당하는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일본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18년 대법원이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확정한 것을 '정부 해법'으로 제시한 겁니다. 피해자들이 배상 명령 이행을 거부하는 전범기업의 특별현금화 명령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하고 대법 판단만 남겨둔 상태에서 나온 입장입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공탁해서는 안 될 사건을 정부가 공탁했고, 대법원은 사실상 정부의 의견을 고려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것"이라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평생 이 판결만 바라보고 사셨기 때문에 대법이 비겁하게 정부 뒤에 숨거나 판결을 늦춰서 제3자에게 판결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쓰비시 중공업은 대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은 채무가 없다, 갚을 의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결국 대한민국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제강제노역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광복절 당일인 지난 15일 광주시청 1층에서 열리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구술사진전에 참여해 자신의 구술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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