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실태에 대한 종합점검에 나서는데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대출이 없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입니다. 특정 대출 차주에 대한 여신심사 절차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인데,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은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준수 부원장 주재로 '내부통제 및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실태 종합점검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농·수협은행 등 모두 17개 은행장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부원장은 "일선 영업현장에서 DSR 등 현행 대출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 취급시 차주 소득심사, 담보가치 평가 등 필요한 여신심사절차가 관련 내규에 따라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의 종합점검은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요. 현행 대출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들여다본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대출 취급시 특정 차주군에 대한 담보가치 평가와 소득심사 등 여신 심사 절차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도 점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은행권에서 공공성 역할은 외면한채 건전성 관리란 명목 아래 고신용자 대출로 수익성만 좇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금감원은 은행장이 주관해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지표(KPI) 개선 등 유인체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83.66%로 집계됐습니다. 일부 은행의 경우 대출의 약 40%가 신용점수 950점 이상인 초고신용자에만 취급해 중저신용자 자금 지원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신용대출에 주담대를 포함해 의무 비율을 정하는 방식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율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은행장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담대가 차지하는 건 2%도 안된다"면서 "상반기까지 목표를 맞췄고 (연말까지)목표를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권 메기역할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금감원은 직원의 거액 횡령과 사적이익 추구 등 최근 은행권에서 잇따른 금융사고와 관련해 은행장 주관의 자체 점검을 주문했습니다. 은행들은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상황, 최근 사고 관련 유사사례 점검,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현황 등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를 제출해야합니다.
이준수 부원장은 "은행은 예금자 등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존재 기반이 사라지게 된다"며 "은행이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잘 지켜주고 늘려줄 것이라는 신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권과 감독당국 모두 경각심을 갖고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준수 부원장이 '내부통제 및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모두 발언하고 있습니다. (사진=금융감독원)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