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피부·미용, 성형 이런 게 유행을 안 했어요. 의사는 당연히 사람 생명을 살리는 과를 가는 게 당연했죠.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된 거잖아요. 일하고 24시간 당직하고 돈도 못 벌고 환자들 존경을 받는 것도 전혀 없는데 누가 그걸 하겠어요. 의대 정원 중요하죠. 늘리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늘려도 일은 힘들고 처우도 안 좋은 필수 의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의대 정원과 관련한 취재 중 한 의사에게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마자 본심이 청산유수로 쏟아져나왔습니다.
쌓인 게 많았나 봅니다. 통상 '의사'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혀있습니다. 흔히 좋은 직업에는 '사'자가 붙는다고 하죠.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의 '사' 자는 '스승 사'입니다. 병원에서 건강을 지켜주고 치료하는 스승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의사 앞에서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쓰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자영업자로 전락한 의사 선생님들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돈을 벌기 위해 개원하고, 병원에서 일하며 굳이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약을 처방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사무장 병원, 면허대여 약국도 허다합니다.
지난 6월 사무장 병원 1698곳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힌 적이 있었죠. 당시 이들이 챙긴 건강보험 수가는 3조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요즘 의사라는 직업의 인식은 '자영업자' 정도로 변한 것 같습니다. 의사라는 자긍심은 온데간데없고 환자들의 의사에 대한 존중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18년째 단 한 차례도 변한적 없습니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2번째입니다.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필요하면 늘려야겠죠.
그런데, 단순히 늘리기만 해서 될까요. 맘카페 한 마디에 문 여닫는 소아청소년과, 1년 중 편하게 자는 날이 더 적은 응급의학과를 먼저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환자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벌려는 의사들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