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 접수가 24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응시수수료 납부 방식에 대한 교육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의 경우 오로지 현금으로만 납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계에서 해당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으나 교육부는 관련 사무의 권한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위탁했다면서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평가원은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결정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항변합니다.
졸업생, 수능 응시수수료 현금 납부만 가능해 다시 돌아가는 일 부지기수
20일 교육부와 평가원 등에 따르면 24일부터 9월 8일까지 12일간 2024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를 받습니다. 응시수수료는 수험생이 선택한 영역의 수가 4개 이하일 경우 3만7000원, 5개면 4만2000원, 6개면 4만7000원입니다.
대부분의 재학생은 자신의 학교에서 스쿨뱅킹 등으로 계좌 이체를 하면 되지만 해당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학교의 재학생이나 재수 등을 하는 졸업생은 현금으로만 납부해야 합니다. 관련 시스템이 구비돼 있지 않아 카드 결제 등의 방법은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은 졸업생들은 직접 출신 학교나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에 방문해 현금으로 납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두고 교육 현장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젊은 청년층의 경우 거의 대다수가 카드만 들고 다니는 시대에 졸업생이 수능 응시수수료를 낼 수 있는 방법이 현금뿐이라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실제 졸업생들이 카드 결제나 계좌 이체가 가능한 줄 알고 수능 원서 접수를 하러 왔다가 현금이 없어 돌아가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학교나 교사 입장에서는 현금을 가져오지 않은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돌려보내는 게 난감하기만 합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요즘은 현금을 4만~5만원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잘 없다 보니 수능 원서 접수를 하는 졸업생들이 자연스레 카드를 내밀거나 계좌 이체를 하려고 하는데 현금으로만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결제 수단이 나온 이 시대에 지금과 같은 납부 방식만 고집하는 건 맞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해당 사항의 경우 평가원에 권한을 위탁했다는 입장입니다. '행정 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45조 3항을 살펴보면 '교육부 장관은 수능에 따른 응시수수료의 결정과 수납 및 반환의 사무를 평가원에 위탁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수험생이 수능 원서 접수 및 응시수수료 수납을 직접 하게 함으로써 본인 여부 및 접수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다"면서 "추가적으로 궁금한 사항은 평가원에 문의해 보는 게 좋을 듯하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24일부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의 경우 오로지 현금으로만 응시수수료를 납부해야 해 교육 현장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한 수험생이 대구시교육청 행복관에 마련된 접수처에서 수능 원서 접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평가원 "교육부 등과 조율해야 하나 현실적인 문제 있어"
교육부가 '행정 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조항을 통해 평가원에 수능 응시수수료 관련 사무 권한을 위탁한 시기는 1998년 2월입니다. 평가원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금 납부만 고집하다가 2019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수능 응시수수료 납부 방식을 스쿨뱅킹·가상계좌·신용카드 등으로 다양화하라고 권고하자 비로소 다른 납부 방법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재학생은 2020년부터 스쿨뱅킹을 이용한 계좌 이체 방식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단위 학교와 특정 은행이 계약을 맺어 가상 계좌로 납부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졸업생은 현금만 납부할 수 있는 방식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재학생도 학교에 따라 계좌 이체 및 가상 계좌 방식을 사용하지 못하고 현금으로만 납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가원은 규정상 수능 응시수수료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과 협의 없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해명합니다.
평가원 관계자는 "규정상 우리에게 권한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수능 실시 요강이나 계획 등의 자료를 평가원장의 이름으로 내보낸다는 의미를 가질 뿐 실제로는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과 충분히 협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 응시수수료 납부 방식을 다양화하고자 준비하고 있으나 법이나 지침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든가 각 학교마다 환경의 차이가 있다든가 하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조율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각 기관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조속히 협의해 수험생들의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수능 응시수수료 결제 방식의 다양화는 각 기관이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서 "교육부와 평가원, 시·도교육청이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면 서로 미루기만 하지 말고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추진해 하루빨리 수험생들이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24일부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의 경우 오로지 현금으로만 응시수수료를 납부해야 해 교육 현장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한 수험생이 광주시교육청에서 수능 원서 접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