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늘봄학교' 정책의 전국 확대를 원래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24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데다 해당 정책의 효과 등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전문 인력과 전용 공간 부족 등 시범 운영 과정에서 생기고 있는 문제점부터 확실히 해결하고, 해당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평가 작업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늘봄학교' 내년 전국 확대 언급에…"무작정 정책 던지고 책임은 학교 현장이"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지난 9일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충남 천안 불당초등학교에서 간담회를 열고 "윤석열정부 교육 개혁 중 현장의 호응이 가장 뜨거운 분야가 바로 '늘봄학교'"라며 "'늘봄학교'를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다 하고자 했는데 이보다 1년을 앞당기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늘봄학교'는 학교가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이른 오전과 저녁 시간에 돌봄·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지난 3월부터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등 5개 교육청 산하 214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는 2학기부터는 '늘봄학교' 시범교육청을 7~8곳으로 확대해 총 300여 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교육부는 내년까지 시범 운영을 한 뒤 2025년부터 전국에서 시행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 부총리의 '늘봄학교' 내년 전국 시행 발언에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너무 빠른 속도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지적합니다. 지금 시범 운영 중인 학교들도 돌봄에 대한 수요 조사나 전문 인력 및 공간 확보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늘봄학교'를 시행해 혼란을 겪었는데 명확한 대책 없이 갑작스럽게 전국으로 그 범위를 넓히면 똑같은 일만 반복된다는 겁니다.
이다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북지부 정책실장은 "시범 운영을 하는 이유가 해당 사업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지 등에 대해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함인데 그런 과정 없이 곧바로 '늘봄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일단 해당 사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이어 "지금 상태로 '늘봄학교'를 전국에 시행할 경우 똑같은 문제가 생길 게 뻔히 보인다"면서 "현 정부는 매번 이렇게 무작정 정책을 던져놓고 책임은 학교 현장이 떠안게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일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충남 천안 불당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다 하고자 했는데 이보다 1년을 앞당기려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사진은 당시 이 부총리가 불당초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사진 = 교육부)
교사 '늘봄학교' 투입 비율 77.7%…"문제점 해결책 없는 전국 확대는 '늘봄학대'"
실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는 전문 인력과 공간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교사 7745명에게 '늘봄학교'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사가 늘봄학교 강사 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77.7%에 이르렀습니다. 아울러 상당수 학교는 전용 공간이 부족해 일반 교실에서 방과 후 과정이나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교육부는 인력 부족 문제를 두고 퇴직 교원·노인 인력·자원봉사자 등을 적극 활용하고, 공간 부족 문제의 경우 특별실·도서관 등을 이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장 교사들은 이러한 땜질식 처방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윤미숙 교사노조 늘봄학교 대응팀장은 "전문 인력 및 전용 공간 마련 등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안전성을 담보 받지 못한 불편한 공간에서 비전문적인 인력에 의해 시간 떼우기식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며 "시범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늘봄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건 '늘봄학대'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늘봄학교' 내년 전국 확대 발언을 두고 시범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부터 해결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