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정해훈 기자] 8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이 줄면서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하반기 수출의 반등 가능성을 언급해왔지만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1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부진의 늪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적자도 30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더욱이 중국 경제 위기까지 가중되면서 수출 난국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8월 1∼2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수출액은 278억5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습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이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10.7% 감소했습니다.
'수출'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전망↑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41.7%), 컴퓨터주변기기(-32.8%), 반도체(-24.7%), 정밀기기(-23.4%), 철강제품(-20.5%), 가전제품(-13.4%), 자동차부품(-8.9%) 등의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줄었습니다.
반면 선박(54.9%), 승용차(20.2%), 무선통신기기(6.1%)는 늘었습니다. 주요 국가별 수출은 홍콩(36.1%)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감소했습니다.
수출은 싱가포르에서 36.9% 가장 크게 줄었고, 대만(-35.9%), 중국(-27.5%), 말레이시아(-25.1%), 인도(-14.1%), 일본(-9.6%), 베트남(-7.7%), 미국(-7.2%), 유럽연합(-7.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수출액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10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8월을 포함해 수출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한 사례는 지난 2018년 12월에서 2020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8월 중순 무역수지는 3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6~7월 수입 감소로 '불황형 흑자'를 보였지만, 8월 들어 다시 연속 적자 기록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무역수지 적자는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84억원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관세청은 8월 1~20일 수출액은 279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자료는 8월 1~20일 수출입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부진 늪 '반도체'…대중 수출 15개월째↓
특히 한국 수출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액은 8월 1일부터 20일까지 47억22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같은기간 대비 24.7% 줄어든 규모입니다.
한국 반도체는 월 기준 작년 8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대교역국인 중국 수출 감소도 무역적자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입니다.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집계된 대중 수출액은 58억6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5% 크게 줄었습니다.
대중국 수출 감소세는 작년 6월(-0.8%) 이후 이달까지 15개월 연속 줄곧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9%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초에는 중국의 '위드코로나' 전환과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효과로 수출 개선 낙관론이 언급됐지만 중국 경제가 '빨간불'인 상황입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초입에 놓이는 등 부동산발 경제위기로 인해 수출 여건은 좀 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내 소비 위축의 여파로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2021년 2월 이후 2년 6개월여만에 전년 대비 0.3% 하락했습니다. 생산물가지수(PPI)도 4.4% 감소했습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3.7%로 전월 4.45%와 시장 전망치 4.5%를 밑돌았습니다. 부동산 침체 여파로 중국 내 대형 부동산 업체인 비구이위안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까지 불거지며 1~7월 부동산 투자도 작년 동기대비 8.5% 크게 줄었습니다.
관세청은 8월 1~20일 수출액은 279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주요 IB 중국 경제지표 전망. (그래픽=뉴스토마토)
"마오쩌둥 이후 역대급 부진…반도체 생태계 보완해야"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지역전략팀장은 "중국 소비심리 위축은 7월달에 있었다고 보기 힘들고 과거부터 지속돼왔다고 볼 수 있다"며 "생산자물가지수도 10개월간 계속 하락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중국 경기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중국 정부 대응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반도체, 석유 품목들은 글로벌 경기랑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대중 수출이 단기간 개선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습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중국 부동산 위기, 해석과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마오쩌둥 시대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 미만 경제 성장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중국 경제를 바라보든 투자심리가 호전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는 추세"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점점 중국 비중이 낮아야 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전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는 취약한 편"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위탁생산), 후공정 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를 더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관세청은 8월 1~20일 수출액은 279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반도체 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정해훈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