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통신시장에 대해 여전히 '경쟁이 미흡'한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알뜰폰이 성장했지만, 주요 시장인 5G에서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이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며 독점적 지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유로 지목됐습니다. 이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글로벌 기준 상위권에 오르는 결과도 만들었습니다. 수년째 경쟁미흡이란 평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설비투자를 통해 통신3사와 경쟁 가능한 알뜰폰 사업자를 육성하고, 700㎒ 또는 1.8㎓를 28㎓와 함께 공급해 사용하는 신규사업자를 키우겠다는 건데, 이들의 유의미한 성장이 경쟁 미흡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경쟁미흡의 근거는…5G 시장 점유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최근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가입자 점유율은 2019년 41.8%, 2020년 41.5%, 2021년 41.0%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총소매매출액 점유율도 2019년 45.4%에서 2021년 44.2%로 줄었습니다. 반면 5G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5G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점유율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2019년 44.6%, 2020년 46.2%, 2021년 47.2%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7.5%로 나타났습니다. ARPU도 낮아지고는 있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높은 축에 속합니다. KISDI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ARPU는 시장환율 기준 23.24달러(3만860원)로 OECD 38개국 중 9번째로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KISDI는 "SK텔레콤의 점유율 증가와 감소가 혼재돼 있는데, 향후 이동통신 시장 경쟁상황을 좌우할 5G 부문에서는 소폭이지만 상승추세에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경쟁이 미흡한 시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이통통신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규사업자·알뜰폰 키우겠다는 정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통신사들이 5G 가입자 확대를 위해 그들만의 시장을 만들어 온 점, 5G 고가요금제 편중으로 ARPU를 높여온 점은 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일입니다. 5G 상용화 만 3년이 지나서야 중간요금제가 나오기 시작했고, 중간요금제에 대한 도매제공은 최근에서야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통신시장에 부는 변화의 분위기와 정부가 지난달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경쟁미흡 오점을 떼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정부는 신규사업자에게 28㎓ 대역 800㎒폭(26.5~27.3㎓)과 앵커주파수 700㎒ 대역 20㎒폭(738~748, 793~803㎒)을 할당하는 주파수 할당계획을 공고했습니다. 오는 11월20일부터 신청접수를 받을 계획입니다. 알뜰폰 사업자가 설비를 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하고, 자체설비 보유 사업자에 대해서는 혜택을 확대는 것을 추진 중입니다.
신규사업자와 알뜰폰의 성장은 통신사들이 지목하고 있는 주요한 위험요인이기도 합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SK텔레콤은 매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올해 보고서에 알뜰폰에 대해 "알뜰폰에 망을 임대함으로써 알뜰폰사업자들은 사업기회가 생기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당사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재했습니다. 5G 28㎓를 사용하는 사업자 등자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업자들이 진출해 경쟁이 심화되고, 요금 인하 압력이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SKT T타워. (사진=뉴스토마토)
1위 통신사 독점력 준 프랑스…우리나라도 성과낼까
신규사업자의 등장으로 1위 통신사의 독점력이 줄어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낸 바 있습니다. 앞서 프랑스는 대략 10년전, 신규사업자에 주파수 할당을 추진했고, 주파수 할당, 로밍, 접속료 차등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섰습니다. 신규사업자인 프리모바일이 성장하는 동안 기존의 모든 통신사의 가입자 기준,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감소한 것입니다. 특히 1위 사업자인 오랑주의 가입자 점유율이 6.1%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화됐고, 인구도 줄고 있어 신규 사업자에 선뜻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 "그럼에도 신규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와 경쟁이 가능한 체력을 만들어 준다면, 업력이 생기면서 성과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