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5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를 전담할 인력 충원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5000건씩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올해 전담인력 확충은 67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수는 총 878명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811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전담공무원 수 증가율은 8.3%에 그쳤습니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벌이고 응급·분리 조치, 상담·조사, 시설 인계 등의 역할을 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시행 이후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시민사회단체, 국회 등에서 잇따라 나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반면 아동학대 의심신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아동학대 의심신고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81.7%가량 크게 늘었습니다. 매년 약 5000건씩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늘어난 셈입니다. 연도별 신고 건수는 2016년 2만9674건, 2017년 3만4169건, 2018년 3만6417건, 2019년 4만1389건, 2020년 4만2251건, 2021년 5만3932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인이 담당하는 사건 수는 61.4건입니다. 복지부에서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50건당 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전담공무원 제도 시행 이후 3년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권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수는 총 878명입니다. 자료는 연도별 아동학대 신고 건 수. (그래픽=뉴스토마토)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서울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3.4%가 이직을 고려하거나 타 부서 이동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직 고려 사유로는 '높은 직무 스트레스'를 선택한 응답자가 48.9%로 가장 많았습니다. 신고 건 수 대비 부족한 인력이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49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5일 근무 중 3일 정도는 야간에 재택당직 근무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최대 87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여성가족재단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1년 동안 담당할 수 있는 적정사례 건수를 48.8건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문성에 대한 지적도 뒤따릅니다. 정부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시간을 80시간에서 160시간으로 늘렸지만,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이후 신규 교육을 받은 비율은 45.7%에 불과했습니다. 보수교육 참여율도 3.3%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각 시·도지자체별 조례 등을 통해 지자체 스스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현재 규정에는 지자체별로 전담공무원을 둘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고 공무원 수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지자체별로 조례 등을 통해 신고 수가 아닌 지자체당 아동 인구 비율을 고려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수를 일정 부분 규정하는 방법이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임은의 극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뿐 아니라 외국인, 청소년 등 전담공무원도 2~3년 정도 지나면 바뀌기 때문에 매번 전문성 이슈가 있다"며 "지자체에서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오롯이 자기 전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전담공무원 구조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수는 총 878명입니다. 사진은 등교하는 초등학생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