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 이후 전국 교사들이 교권 보호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청이 뒤늦게 교권 회복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전국 교사들이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양천구 초등교사와 용인 60대 교사 등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교사들의 교권 회복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옵니다.
서이초 사망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군산·양천·용인서 교사 잇달아 사망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했습니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사망의 원인이었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망전까지 학부모의 민원이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리적 고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전북 군산과 서울 양천 초등학교 교사,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 교사까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사들의 교권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더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부랴부랴 법과 제도 마련 등 각종 교권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전국적으로 교사들의 사망사건이 줄줄이 터지고 있는 만큼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책무 보완, 학생 분리 교육 신설, 악성 민원 대응 등의 내용을 추가하는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 조례 개정과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합니다.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후 이르면 11월 공포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교사가 교육활동 중 소송에 휘말릴 경우 도교육청 법률지원단의 전담변호사가 지원하도록 합니다. 일례로 웹툰작가 주호민이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은 A씨에게 변호사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은 교권 침해와 관련해 보호 대책에 나섰습니다. 교육활동 침해 즉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모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초기부터 대응하기 위해 '교육청 지원단'을 꾸리는데, 지원단은 초기 상담과 대리출석, 소송 등을 수행합니다.
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육활동 침해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비를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확대 지원합니다.
악성민원 막아라…교원 안심번호 서비스
가장 문제가 되는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을 차단하기 위해 교사들의 번호를 비공개로 하거나 안심번호를 도입하는 교육청도 있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은 민원 대응팀 운영과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 공무원증 케이스 녹음기 등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초중고 담임 교사들에게 적잖게 걸려 오는 민원 전화를 차단하고, 교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제주도교육청도 근무 시간에만 통화가 가능한 안심번호 사용을 권장하면서 안심번호를 사용하는 학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3월부터 추진한 안심번호 서비스로 인해 제주도내 절반가량의 학교들은 안심번호를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경기도교육청도 교사들의 민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사 개인의 번호는 일절 비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경남교육청은 교육 활동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을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에 나섰고, 전북교육청은 악성과 특이 민원을 학교장이 처리하는 '민원 처리 학교장 책임제'를 도입합니다.
한 전교조 관계자는 "이미 동료를 잃은 선생님들에게 교육부와 교육청의 보호 대책들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빨리 장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숨진 교사들의 사인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와 진상규명, 공무상 재해가 확인될 경우 순직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추모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