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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유가 뺀 세 자리수 '불황형 흑자'
입력 : 2023-09-05 오전 6:00:00
국민 총생산의 증가율을 산출한 것을 우린 '성장률'이라고 말합니다. 각각의 경제활동부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가 국내총생산(GDP) 등 각종 데이터를 나름의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고 낮아도 좋지 않아 글로벌 정세와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실정에 맞게 적절하고 건강한 지표를 움켜줘야 '디리스킹(위험관리·Derisking)'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대미문 괴질의 터널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과정은 취약한 대한민국을 또 다시 실감했던 계기가 됐습니다. 전쟁, 에너지 파동, 부동산 경기 급락, 금융 불안 등 경기침체의 악재가 불확실성의 연속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상저하고'를 기대하며 세계 성장률의 긍정적인 시그널에 편승할 수 있을 것 같던 한국 경제호의 반등은 어디로 항해하는 건지, 좌표조자 읽기 힘든 지경이 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성장률 포인트가 조금씩 상향할 때 우리나라는 오히려 하향 타이틀을 써내려가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그 것도 이전까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경제성장률 5회 연속 하향 조정. 
 
IMF가 지난해 1월 2.9%로 전망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7월 2.1%로 하향 조정됐고 10월 2.0%, 올해 1월 1.7%, 4월 1.5%, 7월 1.4%로 하향 전망의 연속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가 바닥을 다지며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라고 진단했지만 과도한 난관을 오히려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만 나올 뿐입니다.
 
추 부총리는 무역수지 흑자기조와 수출 감소 폭 추가 완화를 운운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달갑지 않은 게 현주소입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출액이 지난해 -13%보다 줄어든 -8.4%로 감소폭이 줄어든 건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23조원의 구출 정책금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실상 감소 속도를 늦춘 결과입니다. 
 
석달 연속 무역흑자도 불황형이라는 점은 경계해야할 부분입니다. 무역흑자 배경을 보면 수입액이 줄어든 요인으로 원유 수입액 감소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두 자리 수 수입액이 감소한 6월에는 70억 달러 감소로 원유 수입액 감소(-24억 달러)를 빼면 46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66억 달러를 기록한 7월 수입액 감소에서 52억 달러의 원유 감소를 빼면 120억 달러 규모로 세 자리수를 차지했습니다.
 
150억 달러의 수입액이 줄어든 지난달의 경우는 원유 수입액 감소분인 42억 달러를 제외한 107억 달러 규모입니다.
 
원유 값의 요동을 뺀 수입액이 더 줄었다는 것은 비관적인 '불황형 흑자'입니다. 수입은 가계가 소비하기 위해 수입하는 품목과 기업들이 수입해 제품화하는 중간재·자본재를 말합니다. 사실상 원유인 석유에서 석유 외 제품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로 소비 여력이 침체되고 기업들도 생산 몸집을 더욱 줄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 7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든 ‘트리플 감소’ 현상이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경제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반기 출구전략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뚜렷한 정책 해법은커녕, 납득할 수 없는 '정책 부재'로 근심만 키워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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