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한 본격적인 글로벌 외교전을 시작했습니다. 총 5박7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잇달아 방문해 14차례의 양자회담을 진행할 예정인데,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주목됩니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직접 겨냥한 바 있지만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번 외교전에선 톤다운이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아세안·G20 정상회의는 '대중 외교전'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인도네시아 도착한 윤 대통령…5박7일 외교전 시작
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김건희 여사와 함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개최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습니다. 6일부터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각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합니다.
오는 8일에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 뉴델리로 이동합니다. 인도에서 스페인·아르헨티나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한 뒤 11일 새벽 귀국할 예정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총 14차례의 양자 회담을 진행하는데, 추가로 6개국과의 양자 회담도 조율 중입니다. 다만 중국과의 양자 회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불참으로 무산됐습니다.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 강화를 촉구할 계획입니다.
관전 포인트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AP통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고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국제사회에 촉구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주목된 건 윤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중국 역할론'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입니다. 윤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책임이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마땅히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전체 무역의 96.7%가 중국인만큼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일 협력, 특정 국가 배제 아냐"…중국 직격 피했다
앞서 한미일 3국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한국이 참여한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직접 명시하고 비판한 것은 처음인데,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중 외교에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됩니다.
윤 대통령은 출국 직전 공개된 인도네시아 언론 <콤파스>와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특정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 직격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세안 정상회의에 예정된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회의를 통해 한중일 3국 간 협력을 다시 궤도에 올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 당시보다 톤이 다소 다운된 모습인데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아세안·G20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중국을 또다시 직접 겨냥하면, 대중 외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위험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부는 한미일 3국 공조를 글로벌 안보·경제 협력의 '핵심축'으로 삼고 중국과 전략적 교류로 외교·경제의 실리를 챙기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초 대통령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G20 참석을 전제로 한중 정상회의를 물밑에서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 주석의 불참으로 성사가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한중일 3국 협의체 의장국인 만큼 정부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중일 3국은 정상회의 재개를 위한 고위급회의를 이달 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과 일본 모두 (3국 정상회의 개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다"며 "한중일 3국 협력 체제가 가동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