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포스코(005490)가 1968년 창사 이후 올해 처음으로 '파업 리스크'에 직면했습니다. 교섭권을 가진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노동조합이 회사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결렬을 결정한 데 이어,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지회도 서울로 올라와 상경투쟁을 감행했습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고객사 신뢰 하락을 걱정하며 임직원을 직접 설득하고 나섰지만 노사 갈등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지회는 5일 오전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 2023 임단협 쟁취 및 정규직 전환 조합원 차별 철폐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서울까지 올라온 건 사측이 제안한 임금협상안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지회는 포스코가 최정우 회장을 포함한 임원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치며 노동자 요구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회는 "포스코는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사측은 올해 스톡그랜트로 1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최 회장을 비롯한 임원에 주는 '임원 독식'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교섭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귀담아듣지 않으며 전체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 노동자들의 지난 5년간 평균 임금 인상률은 2.1% 수준입니다. 반면, 최 회장의 임금은 지난해 29억9300만원으로 전년대비 58.1% 급증했습니다. 이같이 임원과 노동자 임금 간 인상폭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노사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대규모 노동자들이 소속된 포스코노조도 지난달말 사측 임단협 교섭 결렬을 공식 선언한 바 있습니다. 포스코노조는 포스코 내 복수노조 중 교섭권을 지닌 대표 노조입니다. 약 1만1000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습니다. 포스코노조는 "20차에 걸쳐 사측과 임단협 교섭회의를 진행했다"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포스코노동조합 임단협 출정식 전경. (사진=뉴시스)
김 부회장 "포스코 성장 원동력, '노사 안정'"…수용 안된 메시지
이들이 교섭 결렬 의사를 전한 건 요구한 사항 대비 사측이 제시한 내용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성과 인센티브(PI) 제도 신설 △중식비 인상 △하계 및 휴가비 신설 등 23건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23건 중 우선 5건이 포함된 제시안을 내놨습니다. 포스코는 차기 교섭에서 기본금 인상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김 부회장은 전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포스코는 자원도 기술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며 "오늘날의 자랑스러운 포스코로 성장한 원동력은 노사 안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노(勞)와 사(社)가 따로 없는 우리 모두가 주인이었으며 회사와 함께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해왔다"고 거듭 설득했으나 노사입장은 평행선인 모양새로 전개 중입니다.
포스코노조는 오는 6일 광양 제철소에서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출범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포항 제철소에서도 오는 7일 출범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노조는 쟁대위 출범식 직전 임시 대의원회의를 소집해 파업 여부와 방향 등을 논의합니다. 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도 실시될 전망입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노사간의 입장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교섭결렬을 선언한 점에 대해 안타깝다"며 "회사는 노조에 교섭결렬 철회 및 교섭에 복귀할 것을 요청했고 향후에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