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와 관련 펀드 운용사는 수익자를 알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운용업계에서는 수익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라임 펀드 관련 진실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 운용사가 수익자 정보를 알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해 라임 펀드와 관련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펀드 운용사가 수익자를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운용사와 판매사가 수익자 명부를 모두 관리한다"며 "확실한 건 판매사와 운용사 모두 그 돈이 고위 공무원의 돈인지 알고 (환매)조치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 원장의 말과 달리 자산운용업계에선 수익자 정보를 운용사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룹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가 가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르는 것이고, 사모펀드 역시 판매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이라 시스템 상 누가 수익자인지 알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 역시 "운용사는 고객을 알 수 없다"며 "운용사에서 직접적으로 교류를 하는 수익자는 알 수 있겠지만 판매사에서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경우 판매사에서 수익자 정보를 주지 않는다. 공모펀드가 수익자를 전혀 알 수 없듯이 사모펀드도 동일하다"고 답했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판매사는 운용사에게 수익자 정보를 줘선 안됩니다. 자본시장법 제189조 제6항과 제189조 제8항에 따르면 운용사는 수익자 정보를 한국예탁결제원에 위탁하고 예탁원은 수익자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지 못합니다. 이 의원은 "운용사가 예탁결제원 혹은 판매자와 수익자 정보를 교환해 보유했다면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법적으로는 수익자 명부를 운용사가 관리할 수 없는 것인데요. 운용사가 수익자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진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사 프라이빗뱅커(PB)가 운용사에게 큰 금액을 투자한 고객이 가입한 사실을 말해주면 알 순 있다"면서도 "PB는 통상 이런 정보를 잘 말해주지 않는다. 운용사가 고객과 다이렉트로 연결되면 PB는 본인의 고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면 금감원은 운용사가 사모펀드를 모집하는 방법에 따라 수익자 정보 취득 여부가 갈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가 실질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판매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와 판매사가 모집을 하고 운용사는 운용만 하는 경우가 갈린다"며 "전자의 경우 운용사가 수익자를 아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와 관련한 발언을 아꼈습니다. 최근 라임 사태가 재조명된 가운데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와 관련해 판매사의 정상적인 역할로 보인다고 말했는데요. 금투협 측은 운용사와 수익자 정보에 대해서는 현재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금투협회장이 의견을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일각에선 이 원장과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금감원은 이제껏 수익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는 점이 지적을 받았는데요. 지난 4일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국회 정무위에서 "금감원 권한 내에서는 수익자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원장은 판매사와 운용사가 고위 공무원의 돈인지 알고 환매를 조치했다고 강조해 금감원과 배치되는 입장이라는 주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함 부원장의 발언은 권한 하에서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라며 "원장은 판단한 부분을 강경하게 말한 것이고, 톤이 좀 더 세진 것이지 완전히 틀리거나 모순된 발언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위),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